정부는 당신이 그 날 밤 한 일을 알고 있다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 2020.06.06 09:54

[코로나감시사회] ① 개인정보의 빛과 그림자...사적·공적 영역의 경계선은?

5월 13일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전날보다 26명 늘어, 누적 환자 수가 1만962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이태원 클럽발 감염이 확산하면서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존에 알려진 5개 업소 외에 새로운 업소에서 잇단 확진자가 나오면서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용인 66번째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이태원의 '킹클럽'./사진=뉴스1

코로나19로 감염병 확산이 좀처럼 수그러 들지 않는다. 최초 발생 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방역관리로 감소세를 보이다 교회, 콜센터, 클럽 등 사람들 밀집지역에서 끊임없이 집단감염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이른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강력한 단속에 나섰다. 확진자들의 동선을 수시로 공개하고, 기초자치단체(구청 등)에서도 정부보다 나아가 CCTV 등을 살펴 확진자의 추가 동선을 확인하기도 한다.

올해 2월에는 대규모 전국발 집단감염으로 번진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사태 시 경찰은 방역 당국이 요청한 신천지 신도 9020명 전원 소재 파악에 성공했다.

이태원클럽발 코로나19 사태 때도 서울시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방문했던 클럽·주점 등 5곳 주변 휴대폰 기지국에 접속했던 1만905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지난 1일부터는 위험시설에 의무적으로 도입할 전자출입명부(QR코드) 시스템을 지난 1일부터 일부 시설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방문자가 거짓작성하는 명부보다는 역학조사를 확실히 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생활 침해이자 과도한 개인정보 공개라는 반발도 거세진다. 정부가 개인의 핸드폰 기지국 접속, 택시미터기, 신용카드, CCTV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진자와 접촉 가능성 있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추출했기 때문이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빅브라더(정보 독점으로 사회 통제)에 다름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로 촉발된 개인정보 추적과 같은 통제방식은 결국 부정적인 미래사회를 묘사하는 파놉티콘(소수 감시자가 모든 수용자를 감시할 수 있는 형태의 감옥)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 노출이라는 사적 영역과 감염병 확산방지라는 공적 영역에서 개인정보 수집의 경계선을 찾아야 할 숙제가 생긴 셈이다.

코로나19가 계속 확산세가 이어지던 3월 9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본인 명의의 성명을 냈다.


이 성명에서 최 위원장은 "확진자 개인별로 필요 이상의 사생활 정보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다 보니 내밀한 사생활이 원치 않게 노출되는 인권침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신종 감염병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감염 환자의 사생활이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확진 환자 정보 공개에 대한 세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에서도 개인정보 공개 논란이라는 사회적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가 급속하게 늘던 지난 5월 12일 확보된 기지국 접속자 명단자들에 대해 검사 및 자가 격리를 요청하면서 "이태원 인근 방문자 및 확진자, 밀접접촉자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해당정보를 목적 외에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 과정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등 인권침해 사안 발생시 시민인권보호관이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관할기관 이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인권단체 상담센터 및 국가인권위원회 연계 지원 등 인권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박 시장은 예상치 못했던 확진자 접촉자들이 음지로 숨어버릴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익명 검사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태원 사태가 발생한 후 하루 평균 선별진료가 약 1000여건에서 익명검사 조치를 시작한 11일부터는 6544건, 12일 8343건으로 8배 가량 대폭 증가하기도 했다.

익명 검사 방식을 선언하면서 예방 범위와 실제 검사에 응한 대상자수를 크게 높인 것이다.

개인정보 공개를 통한 동선확보와 익명 검사라는 상반된 조치를 통해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한 방역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경우다.

결국 코로나19로 촉발된 '뉴노멀(new normal·새 시대의 표준)' 시대에서 개인정보 수집 범위 문제는 향후 유사한 상황 발생시 새로운 잣대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뉴노멀의 상징처럼 되고 있는 만큼 지금 만드는 기준이 감염병 발발이나 특정한 통제가 필요할 때에 가늠자가 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의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지적들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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