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를 외청(外廳)으로 분리해 독립적 권한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업무혼선과 조직축소를 우려한 보건복지부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겪으면서 질본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고, 총선을 앞두고 있던 여야 정치권도 질병관리청 승격을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질병관리청 승격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질병관리청 승격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런데 문제는 ‘디테일의 악마’에 있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 △질본 장기‧조직‧혈액 관리기능의 복지부 이관 △국립보건연구원을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한 후 복지부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명백히 ‘복지부 위상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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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진화나선 文대통령━
감염병 전문가들을 비롯해 네티즌들은 질병관리청 승격을 환영하면서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나왔다. 지난 4일 청원이 시작된 후 2만8000여명이 참석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관리청이 무엇인가 일을 하려고 하면 누군가 연구를 해주고 데이터를 만들어주고 계속 소스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런 기능들이 많이 약화될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감염병연구소를 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행안부와 복지부가 마련한 안을 사실상 백지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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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간 협의 거쳐 최종안 도출━
권 부본부장은 향후 협의 과정에서 국립보건연구원의 역량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그는 "국립보건연구원의 혁신, 탈바꿈,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최종안 논의 과정에서 역할을 증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장으로 오기 전부터 국립보건연구원은 우리나라 생명의·과학 분야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다짐했다. 의학뿐만 아니라 미래의학에 대한 비전과 연구 방향을 선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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