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의 청(廳) 승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무늬만 승격' 논란이 커지자 5일 청와대가 '재검토'를 지시했다.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주도로 만들어진 개정안은 질본의 청 승격과 함께 종전 질본 사의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따라 질본의 정원은 907명에서 746명으로 줄고 예산은 8171억원에서 6689억원으로 감소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구원 이관과 관련해 복지부는 '감염병 뿐 아니라 보건연구 전반에 대한 연구강화'라는 논리를 폈다. 연구원이 여러가지 기초연구를 포괄하고 있어 범정부적 협조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복지부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산하기관을 늘리는 '꼼수'로 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적절한 대응으로 국민적 신뢰를 얻고 있는 방역당국이 겉으로는 핵심적 역할을 해온 질본을 내세워 부처의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이 거세게 나왔다.
중간에 낀 정은경 본부장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질본에서는 복지부가 정 본부장에게 논란이 되지 않도록 잘 말해달라고 전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정 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청이 되더라도 연구 기능은 필요하다"며 "역학조사 방법론 개발, 정책 연구, 공중보건연구 조직과 인력 확대는 필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행안부와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상황이 이렇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이날 전격적으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청해 이같은 대통령의 의견을 공개했다. 정부조직 개편 발표 48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재검토 지시가 나온 것을 보면 부처 이기주의로 해석될 만한 조직이동이 숨어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소식이 전해졌지만 질본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잘 준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현 국립보건연구원장인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이런 논의과정에서 또 최종적인 정부안이 만들어질것"이라며 "K방역과 국립보건연구원의 역할이 증대될 수 있도록 논의에 참여하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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