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인구 줄어든 공간 채우는 디지털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조철희 기자 | 2020.06.03 15:31

[인구이야기 PopCon]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18년 동안 아이가 태어나지 않은 세상. 그 사이 세계는 말 그대로 팬더모니엄(대재앙)을 맞는다. 인구구조 변화에 세계 주요 도시들은 정상적 기능을 상실하면서 폭동과 테러로 신음한다.

영국 아카데미 촬영상·프로덕션디자인상을 비롯해 새턴어워즈 최우수 SF영화상, 전미 비평가 협회상 촬영상 등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이 그린 미래 도시의 모습이다.

영화에서 극단적으로 묘사하긴 했지만 현실에서도 저출산·고령화 우려로 인해 미래의 모습이 밝지만은 않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시장 위축, 지방 소멸 등 지금까지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인류가 구축해온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곳곳에서 문제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인구구조 변화 속 우리의 미래가 재앙으로 결론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인구가 줄어드는 게 현재 시점에서 보면 재앙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각도로 바라보면 바뀌는 인구구조에 맞춰 새로운 시스템과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 발달에 힘입어 그간 상당 부분 인간의 힘을 빌려야 했던 일들이 자동화로 대체되면서 인류의 삶과 그 공간이 보다 여유로워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디지털로 더 건강해지는 미래도시


고령화에 따라 점차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기술 발달로 '스마트시티'(smart city)가 구축되면 지금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던 획기적인 의료 시스템이 갖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전문가들도 스마트시티에서의 헬스케어 분야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마이라 그루트 코르멜링크 플리어플라이트솔루션즈 이사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스마트시티에선 길을 걷던 사람이 쓰러졌을 때 곁을 지나던 행인이 119에 전화를 걸면 1분이 채 되지 않아 드론(무인 비행기)이 현장에 도착하고, 119 구조대원들이 드론에 달린 카메라로 쓰러진 사람을 살핀 후 신고자가 드론 뚜껑을 열고 응급심폐소생기를 꺼내 응급처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화된 새로운 도시 공간은 저출산·고령화 시대 더욱 높아지는 환경에 대한 관심도 충족시켜줄 전망이다. 로버트 데익스테르후이스 네덜란드 행정안전부 공간정책국장은 디지털화된 스마트시티의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지속가능성'을 꼽았다.

데익스테르후이스 국장은 "스마트시티를 실험 중인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는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꺼지는 가로등을 운영해 에너지를 절약한다"며 "로테르담도 세계 최초로 자율 교통수단을 도입해 건설 작업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지하통합지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미래 스마트시티에선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도시의 탈탄소화도 가능해진다. 아모리 파슈카 ReTC 공동창업자는 "디지털·ICT 기술 발달과 함께 친환경 전력 소비자들이 증가할 것"이라며 "블록체인 기술로 전력 데이터가 쌓이면서 이를 통해 전력량 예측성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오대일 기자 =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Consumer Electronics Show)이 막을 올린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삼성 전시장에서 한 관람객이 5G와 사물인터넷에 기반한 스마트시티 체험을 하고 있다. 2020.1.8/뉴스1




1인 가구에 최적…안전과 편의 두 마리 토끼 잡은 똑똑한 집


저출산·고령화, 가정에 대한 인식과 라이프 스타일 변화 등으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주요 도시들의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40%를 넘어섰으며 유럽도 프랑스 파리 등 주요 도시 1인 가구 비율이 50~60%에 달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주목받는 산업은 안전 관련이다. 1인 가구는 집이 비어있는 시간이 길고, 특히 여성이나 노약자들이 혼자 거주할 경우 치안이 중요한 사안으로 부각된다. 특히 화재 등에 대한 대응에서 여러 사람이 사는 집 보다 불리하다. 이에 1인 가구에서 더욱 각광받는 분야가 디지털을 통한 '스마트홈(smart home)'이다.

스마트홈 가전제품은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집 밖에서 동작을 제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안전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높인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앞으로 현관문, 전기, 수도, 가스 등 주거 생활 전반에 대한 통제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능해지면서 안전과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산·고령화 속 '슬기로운 농촌생활'


인구구조 변화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공간은 도시가 아닌 농촌, 어촌 등 지역이다. 특히 이들 지역은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일이 많아 심각성이 더 크다. 하지만 글로벌 전문가들은 앞으로 디지털 기술로 인해 농촌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농업 수출국 중 하나인 네덜란드의 경우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파밍(smart farming)'을 통해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에 나섰다. 피터 블록 바헤닝언 연구소 스마트파밍 프로젝트 매니저는 "네덜란드는 제한된 농지로 인해 생산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최근 카메라와 센서 시스템을 통해 인간이 직접 잡초를 베지 않아도 되고 독한 잡초제거제 사용도 필요 없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 수확 시스템도 개발 중으로 일정한 크기와 모양의 농산물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상품성이 가장 좋은 작물을 자동으로 식별해 수확한다"며 "네덜란드 역시 고령화로 농업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스마트파밍을 통해 적은 인원으로도 농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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