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뭉칠 때를 기다릴 뿐”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20.06.03 07:29

[인터뷰] 6년 만에 솔로 음반 ‘드림 시티’ 낸 KBS ‘톱밴드’ 우승팀 ‘톡식’의 김정우…"아이돌 그룹 작곡하다 결국 내 자신 돌아다 봐"

2011년 KBS '톱밴드' 우승팀 '톡식'의 리더 김정우. /사진제공=RXM

기타(김정우)와 드럼(김슬옹)으로 구성된 ‘톡식’은 2011년 KBS ‘톱밴드’ 우승팀이다. 단 두 명의 연주자만으로 뛰고 날던 기존 밴드들을 단박에 제압한 힘은 오로지 둘의 ‘창의성’ 덕분이었다. 빈약한 사운드의 한계를 신서사이저 같은 기타의 실험적 아이디어와 촘촘한 드럼의 박자 쪼개기로 극복한 셈이다.

서태지가 90년대 가요판에 불을 질렀다면, 톡식은 2010년대 연주판에 기름을 부었다. ‘팬’(fan)에 두른 기름이 조금 더 흘러넘쳤다면 그들의 ‘중독성’은 형언하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아쉬운 몇 차례 무대를 남기고 사라진 톡식은 대중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갔다. 그 사이 김슬옹은 다른 밴드와 방송 활동으로 간간이 이름을 알렸지만, 리더인 김정우는 톡식의 2014년 ‘타임’ 음반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그리고 6년 만에 솔로 미니 음반 ‘드림 시티’(Dream City)로 다시 얼굴을 비췄다. 김정우는 “톡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잠시 각자 활동한 뒤 뭉칠 계획”이라고 했다.

“6년 공백기에 다른 그룹의 작곡가나 프로듀서 역할에 집중했어요. 장근석이 일본에서 듀오로 활동하는 팀H를 시작으로 보아, 여자친구, 모모랜드, 러블리즈 같은 팀과 일했어요. 제 노래만 만들다가 다른 노래를 만들어보니 시각이 달라지더라고요. 그전까진 제가 어떻게 보일까에 신경썼다면, 지금은 이 사람에게 어떤 옷을 입힐까에 더 골몰한다고 할까요?”

6년 만의 음반이라는 소식은 마주 앉은 이를 들뜨게 했다. ‘톡식’에 대한 환영 때문인지, 일그러지고 비틀린 본능과 감각이 잉태한 사운드 속으로 안내해 줄 거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운드에 미묘한 특색이 느껴지지만, ‘절제’한 느낌이 강하게 배었고 ‘22세기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네오뮤직에 대한 섣부른 예상은 일찌감치 포기한 채 80년대 뉴웨이브라는 과거로 돌아가야 했다.


“제가 저를 프로듀서의 눈으로 바라보니까 절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연출되더라고요. 예전엔 기타리스트가 하는 음악처럼 했다면, 지금은 기타 치는 작곡가가 하는 음악 느낌이랄까요?”

2011년 KBS '톱밴드' 우승팀 '톡식'의 리더 김정우. 그는 6년만에 미니 솔로 음반 '드림 시티'로 돌아왔다. /사진제공=RXM

트렌디한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히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톡식’의 20대 김정우는 본능과 반항의 아이콘이었으나, ‘솔로’의 30대 김정우는 경험을 통한 이성과 절제의 뮤지션이다.

그에게 어울리는 옷은 80년대 아날로그 장르의 조금 더 다듬어진 음악으로 현재 놓여있다. 김정우는 “손으로 연주하는 라이브의 매력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수록곡 5개 어디에도 ‘젠체’하는 음악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8비트, 16비트 익숙한 리듬 위에서 ‘너’와 ‘내’가 함께 즐기자는 모토가 슬며시 배어있는 듯하다. 지난해 12월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호호할머니’라는 애잔한 곡에 담았다. 김정우에게 할머니는 호호아줌마처럼 그의 인생 영웅으로 기억된다.

마지막곡 ‘NSS’는 이미 만들어놓은 곡이지만, 전주만 살짝 나오다 끝나는 ‘미완성’ 곡이기도 하다. 다음 음반에 ‘이런 음악이 나간다’는 일종의 스포일러(넥스트 송 스포일러, NSS)이기 때문.

“제 음악에 불변의 색깔이라는 건 없어요. 다음엔 또 어떤 강렬한 본능의 음악이 나올지 모르죠. 하하. ‘톡식’ 음반이든, 다음 솔로 음반이든 제 이야기는 멈추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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