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밤 한미 정상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G7이 낡은 체제로서 현재의 국제정세를 반영하지 못한다. G11 이나 G12체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며 문 대통령의 의견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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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체제 전환 공감" 트럼프 손 들어줘━
문 대통령의 언급은 청와대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계산기'를 두드려봤으며 결론을 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중 사이에 끼어 선택을 요구받는 구도이긴 하다. 그럼에도 한국이 세계질서 주도그룹에 명백히 포함되면 지금과 다른 유무형의 국가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G7 확대에 한국을 언급한 건 코로나19 대응국면에서 한국의 국가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진 결과다. 앞으로 국격을 더 높이는 출발점도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한미 정상의 통화 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최근 전략적인 위치의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외교력을 시험대에 올리는 숙제인 건 분명하다. 중국을 압박·봉쇄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강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두 가지 언급은 이 점을 고려한 포석으로 보인다.
첫째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세계경제 위기가 갈수록 깊어지고 우리 경제 역시 2분기 들어 1분기보다 더한 역성장을 보이고 있다"며 "더욱 심해지고 있는 자국 중심주의와 강대국 간 갈등도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 국면서 자국 중심주의보다는 국제연대와 협력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강대국 갈등이라고 표현한 건 드문 일이다. 최근 고조된 미-중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에겐 “인구, 경제규모, 지역대표성 등을 감안할 때 (브라질을)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강대국끼리의 충돌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국내적으로 분명히 하면서, 브라질 참여라는 카드를 통해 미국일변도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감각도 확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라며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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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12 올라설 기회..균형감 관건 ━
G7 확대개편이 한국과 호주라는 미국의 강력한 두 동맹국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중국 등에게 보여주는 효과도 있다. 문 대통령이 동의한 브라질 참여까지 성사되면, 신흥 개도국의 대명사였던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5개국 가운데 3개국을 끌어들이는 셈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한시적인 G7 확대정상회의라고 부르든, 새로운 G12 체제의 시작으로 보든 한국은 참여하는 게 맞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 일회성의 옵저버 국가 초청 외에 G7 회원국 자체를 영구히 늘리는 건 기존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가간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얽힌 문제다. 미·중 사이 전략적인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국익을 지켰다면, 앞으로 더이상 그런 방법은 통하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문 대통령은 대선기간, "(바둑실력이) 아마4단인데, 바둑을 자주 못 둬 실력이 많이 줄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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