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조건만남, 포주는 고3…드라마 보다 무서운 현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20.06.04 12:20

[기획]'性 팝니다' 벼랑 끝 10대 ③

편집자주 | n번방 사건으로 심각성이 드러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미성년자다. 최근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도 미성년자 성매매 이슈를 다뤄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10대들을 향한 성범죄의 검은 손길, 그 실태와 문제점, 대책을 살펴봤다. 


'10대가 또래 '10대의 성'을 30대 남성에게 판다.'

한국 청소년 성매매의 구조다. ‘인간수업’의 주인공 오지수(고등학교 2학년)는 같은 반의 서민희에게 ‘삼촌’으로 불리는 포주다. 오지수 본인은 포주가 아니라 ‘경호업자’라고 하지만 실체는 성매수자와 서민희를 연결을 해주는 포주가 맞다.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의 이야기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실에선 오지수처럼 ‘또래 포주’가 익명성을 갖고 숨어있지 않다. 바로 곁에서 성매매를 강요·알선하고, 지켜보고 있다.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무서운 이유다.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 평균 연령 중3, 성매매 강요는 고3…"조건 돌린다"


여성가족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및 추세 분석’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청소년 성매매 강요 가해자의 평균 연령은 18.3세다. 2014년이후 19~20.3세였던 강요 가해자 나이대가 18.3세까지 낮아졌다.

2018년의 경우 총 81명이 성매매 강요로 붙잡혔는데, 65.4%(53명)가 18세 이하였다. 최근 5년 (2014~2018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10대의 비율(60.2%)이 가장 높다. 성매매 알선의 평균나이도 20.6세로 높지 않았다. 10대가 전체의 39.6%다.



이들에게 이용돼 성매매를 한 피해 청소년의 평균 나이는 약 15세다. 중학교 3학년이 자신보다 3살 많은 남성의 강요로 성매매를 하는 셈이다.

‘또래 포주’와 성매매 피해 청소년은 대부분 서로 알고 있다. 가출 청소년 등으로 구성된 가출팸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남성이 포주 역할을 맡거나 겉은 남자친구이만 실상은 성매매 알선자인 상황도 있다. 가출한 여성 피해자들이 믿고 의지하는 것을 이용하는 경우다.

10대 여성을 착취하는 것은 ‘여성친구’도 있다. 동성 친구를 성매매로 내모는 것이다. 한 성매매 피해 여성은 2018년 연구기관과 인터뷰에서 "자기가 돈은 없고, (조건만남) 하기 싫은 애들이 흔히 말해서 호구를 한명 잡아요. 그걸 애들 말로는 ‘조건돌린다’ 그래요."라고 말했다.




청소년 성을 사는 사람 '35.3세의 사무직 남성'..."추적 어려워 검거률 떨어진 것"


미성년자 성매매 가해자(매수자)는 보통 '사무관리직에 종사하는 35.3세의 남성'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의 연령대는 18살부터 62살까지 다양했지만 30대가 41.8%, 20대가 28.4%로 가장 많았다.

다른 미성년자 성폭력 범죄의 무직 비율이 높은 것과 달리 사무직이 34.7%로 1순위에 있다. 서비스·판매직이 17.2%로 그 뒤를 이었고, 무직은 13.1%였다.

문제는 이 모든 수치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검거된 미성년자 성매매사범 숫자(2018년 711명)는 10여년 전보다 크게 줄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제 범죄가 준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성윤숙 학교폭력예방교육지원센터장은 "최근에는 유심칩을 뺀 스마트폰으로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미성년 성매매가 음성화되고 기술 발달로 추적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실제 범죄 수 대비 성매수사범 검거 수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한 처벌도 문제다. 미성년자 성매매사범이 검거돼도 "합의하에 했다"면서 무혐의 처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성매수자의 경우 (검거돼도) 무혐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은 법정에 그루밍 자료를 제출한다. 아이와 연애했다고 하면서, 둘이 좋아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처럼 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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