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성매매, 약물중독…일본을 울린 25살 중학생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20.06.01 13:5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20대 여성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렵게 끊은 약물에 다시 중독된 후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이 전해졌다.

아시히 신문은 1일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25세 여성 하나(가명)가 코로나19로 인해 중학교에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죽음을 맞은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하나는 올해 봄 야간 중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다섯 번 등교한 이후, 13년 만에 다시 학교에 가게 된 것이다.

하나는 어린 시절 가정폭력으로 인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폭력에 시달렸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등교를 하지 않게 됐다. 11~12살 무렵에는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나는 14살 때 약물에 빠지게 됐다. 호텔에서 만난 조직폭력배의 권유로 각성제를 사용하게 되면서다. 약물에 중독된 하나는 결국 2016년 경찰에 체포됐다.

또 다른 불운의 시작인 줄 알았던 이 사건은 하나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전직 형사가 권유한 모임에 참석하게 되면서다. 하나는 약물 경험자와 그의 가족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임에 참석하게 됐다. 하나는 이 모임을 통해 금전이나 성행위 등의 대가 없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는 이후 개호복지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병원에서 일하며 초등학생 수준의 산수부터 다시 공부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가을 도쿄의 한 야간 중학교 직원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학습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은 하나에게 야간 중학교에 다녀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하나는 당시 공부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태였다. 문제집 해설문을 이해할 수 없어 혼자서 문제를 풀 수 없었고, 학원에 다닐 금전적 여유도 없었다.


야간 중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던 하나는 학교 측에 감사 편지를 썼다. 학교에 보낼 편지였기 때문에 구두점 하나하나 정확히 쓰려고 몇 번을 고쳐 썼다. 하나의 편지에 학교 측은 금세 답장을 줬다. 하나는 학교를 방문해 교내를 견학했고, 산수와 한자 문제집을 선물로 받았다.

하나는 올해 봄 등교가 결정되면서 학교에서 자습을 시작했다.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일은 잠시 쉬기로 했다. 매일 4시간씩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던 하나는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돼서 즐겁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전직 형사가 정기적으로 열던 약물 경험자 모임은 없어졌고, 지난 3월부터 자습도 중단됐다. 야간 중학교는 휴교가 결정돼 입학식도 미뤄졌다. 이번 입학식에는 하나가 신입생 대표로 입학 소감문을 읽기로 예정돼 있었다.

이후 하나의 모습도 바뀌기 시작했다. 하나는 수업 대체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다. 과제를 내라는 말에는 "우표 살 돈이 없다"고 답했다. 전직 형사에게는 2만엔(약 23만원)을 빌렸다. 하나가 통화 도중 혀가 꼬인듯한 말투로 얘기하는 걸 들은 전직 형사는 그가 약물을 다시 사용한 게 아닌가 의심했지만, 하나는 "아무 것도 안 했다"고 말했다.

하나는 지난 4월20일에서야 약물 복용 사실을 털어놨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연락을 해 코카인을 받았으며, 이를 사용한 다음날 경찰의 임의 채뇨 요청에 응했다는 것이었다. 소변 검사 결과는 '양성'이었다.

하나는 지난달 2일 전직형사에게 전화해 "8일에 (경찰이) 데리러 온대"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전직 형사는 하나에게 "열심히 해 왔으니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자"고 말했고 하나는 "알았다"라고 답했다.

이날 1분30초의 통화는 하나가 전직 형사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하나는 이틀 뒤인 지난달 4일 새벽 도쿄의 한 번화가 길거리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하나가 숨을 거둔 곳 근처에 위치한 비즈니스호텔 비상계단에서는 휴대전화가 든 작은 가방과 운동화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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