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번 과격 시위의 원인이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사회에 만연한 여러 불평등이 이번 사건을 통해 폭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UCLA 사회과학 학장인 다넬 헌트 교수는 30일(현지시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플로이드의 죽음은 거대한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한 묶음의 볏짚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원인은 백인 우월주의, 인종 차별주의, 그리고 미국이 근본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여러 불평등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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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쌓인 불평등, 과감한 행동 불러와━
미국 라이스 대학의 조직 행동 조교수인 말론 무지만 박사도 "개인이 부도덕한 것을 경험했을 때 이로부터 자신의 이해를 보호해야 한다고 느끼게 되고, 강한 반발심을 갖게 된다"며 "이 때 개인이 도덕적이라고 여겼던 가치는 폭력을 정당화한다"고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폭력성은 평화 유지라는 가치보다 우선시 되는데, 부도덕적인 것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더욱 과감한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낙태를 부도덕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낙태 클리닉'을 공격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무지만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또 "한 연구에 따르면 또래 친구들이 자신과 같은 도덕적 견해를 갖고 있다면 폭력을 지지하는 성향이 더 커진다"며 "이는 같은 경험을 공유한 다른 도시 사람들이 시위대에 공감하고 똑같이 과격 시위를 벌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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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찰의 강압 진압, 시위대 화 키웠다━
스톳 교수는 "폭동은 상호작용의 산물"이라며 "경찰이 군중을 대하는 방식과 주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시위가 벌어지면 시위대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갖게 된다. 이 때 경찰이 시위대를 무력 제압하려 한다면 군중은 행위가 정당하지 않다고 느끼고 결국 '우리편 대 그들'이라는 사고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스톳 교수는 "이분법적인 감정과 사고를 가지게 된 시위대는 상황에 따라 폭력이 합법적이라고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헌트 교수도 "지난 주말 미국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과 최루탄, 후추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등 공격성을 키웠다"며 "이것들은 이미 가뜩이나 민감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전술"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홍콩 반정부 시위도 마찬가지다. 당시 홍콩 반정부 시위는 평화롭게 시작했지만 경찰이 최루탄을 쏘는 등 시위대를 강압적으로 자극하면서 시위는 점차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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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물 파손과 약탈, 무질서 아닌 질서━
그는 "약탈은 종종 자본주의 경제 사회에서 비롯된 불평등 의식과 관련이 있다"며 "그동안 경찰과의 관계에서 무력감을 느껴왔던 흑인들은 약탈을 통해 권력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위에서도 주요 약탈 대상이 된 곳은 대기업이나 명품 브랜드 등이었다.
헌트 교수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에도 시위대는 공공기물을 파손하거나 약탈을 일삼았는데 주로 오랜 시간 동안 표적화된 상점들을 선택적으로 공격했다"고 말했다. 당시 일부 소수민족 상점 등에는 '소수자 소유'라는 의미의 스프레이를 칠해 시위대가 이를 피해가도록 한 점도 이를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홍콩에서는 시위자들이 상점 창문을 부수거나 경찰을 향해 가솔린 폭탄을 던지는 등 폭력 시위가 있었지만 약탈은 없었다. 홍콩 교육대학의 치안 및 공공질서 관리 전문가인 로렌스 호 박사는 "홍콩 시위는 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이 아닌 정치적 발전과 경찰에 대한 분노로 촉발되었기 때문"이라며 "홍콩에서는 중국 본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상점만을 타깃으로 삼아 확실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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