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5분 걸리던 급여이체, 1분이면 땡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 2020.06.03 04:32

[2020 금융강국 코리아]RPA 기술 고도화해 183개 업무 자동화

편집자주 | KB국민은행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은 현재진행형이다. 언택트(비대면) 시대, 모바일 플랫폼 KB스타뱅킹과 리브(Liiv)를 두 축으로 '디지털 리딩뱅크'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리브는 '미래 고객'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겨냥한다. 진짜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쏟기 위해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로봇에게 맡겼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로봇 처리 자동화)를 통해 업무 혁신을 이뤘다. 궁극적으로 KB국민은행의 디지털 전략이 향하는 것은 '고객과 직원', 즉 사람이다. 고객과 직원이 좀더 편리한 금융생활을 하면 둘 사이 상담의 깊이가 좀더 깊어질 것으로 본다.

KB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 직원이 고객과 상담 중에 대출 서류, 급여이체 등록 여부를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로봇 처리 자동화) 포털과 RPA 챗봇으로 확인하는 모습./사진제공=KB국민은행

#. KB국민은행 팀장급 직원 김민정씨(가명)는 얼마전 ‘라떼는’(나 때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과거 영업점에서 급여이체를 담당하던 시절, 국민은행 월급통장을 쓰는 거래업체 직원들에게 일일이 월급을 전달해야 했다. 월급일의 특성상 매달 25일쯤 일이 몰려 아찔했다. 쏟아지는 이메일, 팩스, 전화에 쌓인 엑셀 작업까지. 어느 날은 창구를 막아두고 급여이체 업무만 봐야 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엑셀 수작업이 필요 없게 됐다. 창구 직원이 하던 일을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로봇 처리 자동화)가 맡게 되면서다.

KB국민은행은 최근 RPA를 활용해 급여이체를 등록하는 것은 물론 웹메일 전달, 여신 신용도 점검 등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다. 사람이 하는 단순 반복 업무를 로봇이 대신하는 것이다. 은행원 1명이 연간 평균 2000시간을 일한다고 봤을 때 600명 이상 인력이 투입되는 업무를 자동화해 연간 약 124만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됐다. KB국민은행은 RPA 활용도를 넓히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프로젝트를 진행해 지난달부터 모두 183개 업무에 RPA를 적용했다. 은행권뿐만 아니라 업종을 망라해 최대 수준이다.

KB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 직원이 고객과 상담 중에 대출 서류, 급여이체 등록 여부를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로봇 처리 자동화) 포털과 RPA 챗봇으로 확인하는 모습./사진제공=KB국민은행

RPA가 없던 시절 급여이체 업무는 단순하면서도 고됐다. 업체마다 엑셀 서식도 다르고 계좌번호, 직원명 등 필요한 항목의 순서도 뒤죽박죽이어서 일일이 정리를 해야 했다. 양식을 다운로드하고 내부망으로 옮긴 뒤, KB국민은행 포맷에 맞춰 엑셀 내용을 재가공하고 시스템에 업로드하는 절차를 밟았다. 가끔 PDF 파일을 보내온 업체, 당일에 의뢰해온 업체도 있었는데 월급 날짜에 맞춰 이체를 해야하기에 진땀이 나곤 했다. 오피스 타운에 위치한 영업점 담당자들의 업무 강도는 더욱 높았다.


그런데 이제는 거래업체의 요청 웹메일을 RPA 봇에게 전달하기만 하면 다운로드부터 업로드까지 로봇이 처리해준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에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 문자를 판독하는 OCR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로봇은 엑셀이 아닌 PDF, 워드 파일도 거뜬히 읽어낸다. 담당 직원은 마지막에 내부 시스템인 ‘마이 스타’에 등록된 내용만 검증하면 된다. 이뿐만 아니라 거래업체에서 받은 웹메일을 내부에 전달하는 일, 대출실행센터에서 여신을 실행하기 전 휴폐업 여부를 조회하는 일 등을 로봇이 맡았다.

처음엔 RPA 업무를 달가워하지 않는 은행원들도 있었다. 로봇을 신뢰하기 어렵고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서다. 그런데 로봇은 판단이 개입되지 않은,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만 처리하기에 오히려 사람보다 실수가 없었다. 비효율적인 일에 시간을 들이지 않게 되면서 업무의 질도 높아졌다. 고객을 충분히 응대할 수 있게 됐고 상담의 깊이도 깊어졌다.

KB국민은행은 이처럼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결과적으로 직원과 고객 모두를 이롭게 하고자 한다. 장진호 KB국민은행 혁신추진부 팀장은 “직원은 업무 효율화를 통해 질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언택트(비대면) 시대에도 질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며 창구를 찾는 고객은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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