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보이스피싱 줄였다, 그들의 세계 들여다보니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 2020.06.01 04:30

(종합)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사기꾼님, 많이 땅황하셨어요?"

코로나(COVID-19)로 급감한 것은 중국발 미세먼지 뿐이 아니다. 나날이 증가하던 보이스피싱 범죄도 처음으로 크게 줄었다. 어리숙한 조선족 말투 때문에 개그 소재로도 활용됐던 보이스피싱을 떠올린다면 오산.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는 지능화, 첨단화하면서 매년 사상 최대치를 찍었는데 코로나19(COVID-19)로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중국이나 필리핀에 대규모 콜 센터를 열어 근거지로 삼는데, 코로나19로 콜센터 사업장 운영은커녕, 한·중 왕래도 불가능해지면서 범죄활동에도 지장이 생긴 것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액, 1분기 37% 급감


3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올해 1분기 95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517억원에서 37% 급감한 것이다. 4~5월에도 피해액이 전년 동월 대비 30~40% 감소한 수준이어서 2분기에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최근 3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해왔다. 2016년 1924억원에서 2017년 2431억원, 2018년 4440억원, 2019년 6720억원으로 급증했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수년간 급증하면서 당국도 골머리를 앓아왔다. 특히 최근에는 문자나 카카오톡 등으로 택배업체나 금감원을 사칭해 링크를 보내고 이를 클릭하면 원격 조정앱이 깔리는 식의 메신저 피싱이 등장하는 등 날로 진화했다.

그러나 근거지인 중국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들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대규모 콜센터 운영·해외 왕래 모두 어려워져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대개 중국, 필리핀 등에 근거지를 두고 대규모 콜센터를 조성한다. 이곳에서 조직원들이 금융기관이나 검찰, 경찰 등을 사칭, 무작위로 전화해 금융정보를 탈취한다.


이후 피해자가 직접 계좌이체를 하도록 유도하고, 현금 인출책이 송금책에 이 돈을 전달하면 환치기 등의 방식으로 해외 본사에 돈을 빼돌린 후 출국한다. 주로 총책과 콜센터 조직원은 해외에 거주하고 통장모집책·인출책·송출책 등은 국내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한다.

국내 구로 콜센터 사태에서 살펴보듯, 폐쇄된 공간에서 따닥따닥 붙어 전화통화를 하는 콜센터는 코로나19에 취약하다. 이에 영업 자체가 어려워졌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정부는 사업장 폐쇄조치는 물론, 중국 내 이동과 한국에서의 입국 역시 금지했다. 총책이나 송출책 등이 범죄를 위해 한국을 오가는 일도 어려워진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46만개 이상의 중국 회사들이 영구적으로 문을 닫았는데 사기조직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전화는 중국 본토에서 걸거나, 국내에서 중계기 같은 것을 쓰더라도 돈을 인출해 해외로 반출하려면 국외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외 이동이 제한되면 소위 영업을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각심 고취·보이스피싱 강화대책 시행 영향도


여기에 각 관계부처가 코로나19를 보이스피싱에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을 염려해 수시로 경고메시지를 보내고, 다양한 대응책이 시행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회사들은 지난해 7월부터 악성앱 탐지시 금융앱이 실행되지 않는 기능을 도입했다. 그해 11월에는 대포통장 명의인 정보 3년간 공유, 올해부터는 사기이용계좌 관리의무 강화조치가 시행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대출사기나, 재난지원금 사기, 질병 확진자 정보 등을 이용한 보이스피싱이 많을 것으로 보고 관계부처에서 지속 경보를 했다"며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이 코로나를 활용한 보이스피싱에는 경각심이 높아졌고, 작년 말부터 보이스피싱 관련 대책이 강화된 것도 영향이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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