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검찰조서 증거능력 제한 당장 시행가능"…檢 "수사공백" 반발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05.29 14:00

후속추진단 회의서 법원 위원 입장 내…"유예기간 필요 없다"
직접 수사 범위 놓고도 검경 '신경전'…세부사안 '힘겨루기'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이르면 오는 8월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의 시행을 앞둔 가운데, 대법원이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유예기간 없이 바로 제한하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도록 한 312조에 대해 정부는 4년간 시행을 유예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즉시 시행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최근 직접수사 개시 범위 등 수사권 조정 세부안을 두고도 검경의 '힘겨루기'는 가열 양상을 띠고 있다. 이번 대법원의 입장 표명은 수사 공백 등의 문제로 시간을 두고 보완해야한다는 검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원 "檢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 즉시 시행"…검찰 "수사 공백 우려"

29일 대법원 법원행정처 등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주재한 '국민을 위한 수사권개혁 후속 추진단' 전문위원 회의에서 법원 전문위원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시행 즉시 제한해도 실무상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도 312조와 관련해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개정된 형사소송법 312조는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는 경찰의 신문조서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인정해야만 공판에서 증거로 인정된다.

기존에는 공판에서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는 피고인이 진술하면 증거능력을 인정받았으나, 법이 개정된 후에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피신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게 된다.

검경수사권 조정 개정안은 올해 2월 공포돼 최소 6개월, 최대 1년 안에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2월4일 공포된 두 개정법은 이르면 8월5일부터 시행될 수 있다. 단 312조 개정안은 공포 뒤 4년 안에 시행하되 대통령령으로 구체적 시행시기를 정하도록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66년 만에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는 등 형사사법절차에 큰 변화가 일게 됐다. 사진은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2020.1.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검찰은 대법원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즉시 시행할 경우 범죄 대응 역량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n번방 사건 같이 다수가 관여하는 범죄의 경우 피의자 신문을 통해 상호 공모 관계를 규명하게 된다"며 "제도 보완없이 시행하면 조직 범죄 유죄 판결이 어려워져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열린 특집 대담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검찰의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검찰로서는 우려를 표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우리 사법체계가 그 단계까지 충분히 준비돼 있느냐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문 대통령은 법원 의견 청취를 강조했는데, 법원의 이번 입장 전달로 앞으로 있을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검찰 측 주장이 힘을 잃게 됐다.


◇경찰 "직접 수사 범위 더 명확히" VS 검찰 "대형사건 수사 못해"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사건 범위'도 쟁점이다. 개정 검찰청법은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등을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로 규정한다.

검경수사권 조정 법령이 포괄적이라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따라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검경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직접 수사 범위를 놓고 경찰은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더 명확하게 규정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신경전이 더욱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검찰은 범위를 한정하면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근 경찰은 검찰의 수사 범위를 Δ공무원 직무범죄는 4급 이상 Δ경제 범죄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이사·감사 임원 지시자' Δ대형 참사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회, 국무총리, 법무부가 결정하는 참사 등으로 제한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찰 의견대로 수사범위를 제한하면 '국정농단'이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세월호 참사같은 대형 사건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고 피력한다. 다만 대형참사를 국무총리 등이 결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조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약수사나 조직범죄 같은 범죄도 수사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수사 초기부터 검경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수사를 해야한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검찰은 경찰이 불기소 의견 사건에 대한 수사종결권을 보유할 때 통제 장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할 때 송치요구를 포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인권경영 확산을 위한 상호 협력을 약속하는'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2020.5.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 역시 수사권 조정을 두고 벌어지는 검경 간의 논의가 순조롭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추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검경수사권 조정 후속 작업과 관련해 "막히는 게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의 반발에 대해 "일부 특수사건 또는 인지 부서를 열심히 해 왔던 분들의 입장"이라며 "독점적인 권한, 그 부작용에 대한 반성보다 해 왔던 일에 대한 나름의 평가에 더 치우쳐 있다"고 평가했다.

종국에는 현재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으로 남아있는 경제범죄, 공직자 수사 등도 모두 경찰로 이관해야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추 장관은 "경찰의 역량이 더 높아지고 협력적 관계에 대해 다 수용하는 체계가 잡힌다면 수사권을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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