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거인들 신한·하나, 첫 단추는 '협의체' 출범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20.06.01 10:00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25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왼쪽 두번째),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왼쪽 세번째)과 진옥동 신한은행장(맨 오른쪽), 지성규 하나은행장(맨 왼쪽)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협약식을 진행한 뒤 기념촬영에 임한 모습./사진제공=신한·하나금융그룹
글로벌 사업에 관한 포괄적 협력을 약속한 신한금융·하나금융그룹이 협력의 첫 단계로 협의체 구성에 나선다. 협의체는 현지 합작은행 설립에서부터 공동투자, 영업소 통합 등 중장기 플랜과 세부 사항을 설계하고 합의하는 최고 의사 결정기구로 역할을 하게 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 금융그룹은 협의체 구성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구체적인 출범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늦어도 3분기 안에는 구성원과 역할 범위를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호 신한금융지주 글로벌사업부문 부사장 겸 신한은행 부행장, 이종승 하나금융 글로벌부문 상무 겸 하나은행 글로벌그룹장이 협의체 공동 의장으로 내정됐다.

두 사람 모두 은행뿐 아니라 그룹 글로벌 사업 전반의 책임자로서, 업종을 뛰어넘어 양 그룹 계열사간 현지 전략을 유기적으로 조율하는 사령탑 역할을 하게 된다.

당장 가능한 협업은 자본금의 최대 20% 이내 여신 제한을 받는 동일인 여신한도 때문에 수요측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두 은행이 동시에 출격하는 것이다. 수요측이 4000억원을 원하는 데 각자 동일인 여신한도가 2000억원이라면 기존에는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거나 경쟁에서 밀렸지만 이제는 계약이 가능하다.

두 금융그룹은 상대 은행이 선점한 해외 법인에 투자해 법인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A은행이 입지를 다진 곳에 B은행이 49% 출자를 해 제3의 C은행을 출범시키는 식이다. 이 경우 C은행 지분 51%를 보유한 A은행이 법인장 또는 지점장을, B은행이 부법인장 또는 부지점장을 맡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금융 역사상 전례가 없는 것이다. 자본력이 커지는 만큼 현지 영향력은 강해진다. 반면 각 은행마다 투자한 돈만큼만 리스크를 감당하면 된다. 1에 1을 더해 2+α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각자 책임은 1만큼만 지면 되는 것이다.

양 그룹은 장기적으로 기존에 진출한 점포들을 통합하는 데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방법은 각자의 자산을 따져 그만큼 합병 비율을 산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덩치는 커지지만 각종 고정비는 반으로 줄일 수 있다. 절감되는 비용은 수익으로 돌아온다.

그룹들은 협의체 출범과 함께 협력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각각의 상황에 맞는 메뉴얼을 가능한 빨리 만들겠다는 목표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처음에는 막연하게만 느껴졌지만 실무 논의를 진행해본 결과 상당한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데 공감했다"며 "중복되는 것들은 하나로 모아 비용을 반으로 줄이고 각자의 장점을 살려 효과는 두 배로 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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