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92)의 2차 기자회견 이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전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관련해 진보 진영 내 논박이 가열되고 있다.
방송인 김어준씨와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이 할머니의 회견 내용과 입장에 대해 각각 "뜬금없다", "납득이 안 된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인 이 할머니의 메시지와 국민 정서를 수용해야 한다며 윤 당선인과 여성단체, 여권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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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李할머니 배후엔 공천탈락 최용상"━
김씨는 배후설의 근거로 △이 할머니가 정대협이 정신대 관련 활동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이용했다고 주장한 점 △이 할머니의 얘기가 최 대표의 주장과 비슷하다는 점 △이 할머니의 회견문을 누군가 대신 써줬다는 점 등을 꼽았다.
김씨는 "정대협은 일관되게 위안부 문제에 집중했고, 정신대를 주 이슈로 삼은 단체는 따로 있다"며 "할머니가 굉장히 뜬금없는 얘기를 하셨는데 누군가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고 했다.
이 할머니가 미리 준비한 사전 기자회견문과 관련해서도 "할머니가 직접 쓴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며 "예컨대 '소수 명망가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정치권 용어로 일상 용어가 아니다. 할머니가 쓴 문장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강제징용 정신대 관련 시민단체를 모태로 인권당을 창당한 최 대표가 이 할머니의 배후에서 회견문을 대필하고 회견 내용을 조언하는 등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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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국회의원 윤미향' 거부감 납득안돼"━
최 전 의원이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납득 안 된다"는 발언 역시 이 할머니의 '배후'로 지목된 최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 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한 데 대해 윤 당선인 영입을 위해 자신이 희생됐다며 불만을 표해 왔다.
최 전 의원이 윤 당선인의 국회 입성에 대한 이 할머니의 거부감에 최 대표의 이런 인식이 투영돼 있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최 전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이 할머니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으로 비쳐지자 이날 페이스북에 "발언을 왜곡하지 말라. 나는 '이용수 할머니, 납득 안 된다'고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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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여성단체, 할머니 메시지 수용 실패"━
특히 "활동가들의 30년 노력이 할머니들의 80년 고통보다 무거울 것 같지는 않다"며 "여성단체들이 우르르 윤미향과 한 패가 돼 떠드는 건 할머니의 메시지 수용에 철저히 실패했다는 걸 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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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고령에도 논리정연, 윤미향 스스로 결정해야"━
박 의원은 "(윤 당선인) 본인이 생각할 때 조금이라도 의혹이 있다면 스스로가 결정해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도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적 선'은 그어줘야 한다"며 여당이 당 차원의 명확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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