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국채 10년물 열풍이 분 지 9년째다. 2011년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내년에 만기를 맞아 수익을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유가 급락에 코로나19(COVID-19)까지 급격히 확산되자 브라질국채는 60%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들이 "10년 장기투자로 변동성이 있더라도 회복을 기다릴 수 있다"고 홍보했던 말이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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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가격 상승해도 환손실만 65%━
보통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 국채 가격은 상승하기 때문에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브라질은 헤알화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다. 헤알화는 2011년 헤알 환율은 630원대였지만 지금은 220원 수준이다. 환손실만 65%가 발생한 것이다. 최근 유가가 반등하면서 헤알화도 최근 2주간 소폭 회복세를 보였지만 본격적인 상승세가 나오기엔 힘든 상황이다.
브라질국채는 2011년 1조4000억원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3조원 이상이 팔렸다. 브라질국채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이자가 10%대에 육박하지만, 이자와 매매차익이 모두 비과세였기 때문이다. 또 판매수수료가 1.5~2%로 높아 증권사는 브라질국채 판매로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증권사 PB들은 10년 만기를 내세워, 투자 기간 동안 변동성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 투자를 하다 보면 수익률이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6년에는 헤알화가 24%가 올라 반등하는 듯했다. 그러나 헤알화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내년부터 만기가 돌아오면서 투자자들은 손실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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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유가 급락으로 재정악화━
이렇게 헤알화가 곤두박질친 이유는 빈번한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가 불안하고 유가 급락으로 재정이 악화된 탓이다. 또 코로나19가 브라질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생산과 소비에 타격을 받았다.
브라질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37만4898명(사망 2만3473명)으로 미국 166만2250명(사망 9만8218명)에 이어 세계 2위다. 경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코로나19에 따른 긴급 지원이 늘어나면서 재정이 흔들리고 있다.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지난 6일 사상 최저치인 3.0%로 낮아졌지만 6월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
브라질의 신용등급은 최근 BBB에서 BB-까지 미끄러졌다.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지난해 89.5%에서 올해는 98.2%로 높아질 전망이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정부 지출이 늘어난 탓이다.
이에 따라 브라질국채의 수익률이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확산세를 통제하지 못하고, 정부 부채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회복할 것"이라며 "브라질은 글로벌 회복 속도에서 뒤쳐 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도 "브라질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고, 6월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돼 환율 변동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6월 금리 인하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헤알화의 바닥은 6월 통화정책과 사회적 거리 두기 종료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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