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때 열 나도 등교중지·자가격리?…"걱정 안 된다면 거짓말"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05.24 09:05

현 지침은 결과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수능 못봐
포항지진 때처럼 별로 매뉴얼 나와야…6월 모평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뤄졌던 2021학년도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21일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시험 시작 전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정지형 기자 =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박모양(18)은 지난 21일 치러진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을 치르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증상 때문이었다. 박양은 등교 전 온라인으로 실시하는 '건강상태 자가진단'에서 '등교중지' 판정을 받았다. 열은 없었지만 기침 증상이 있다고 체크했더니 보건소에서 진료·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하라는 문구가 떴다.

박양은 "등굣길에 자가진단을 하는 바람에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께 말씀드렸고, 바로 다른 교실에 격리된 뒤 구급차를 타고 보건소로 향해 검사를 받았다"라며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돼 검사 후 바로 집으로 오는 바람에 학평을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20분쯤 나온 검사 결과는 다행히 '음성'이었다.

박양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대비해 그 환경에 익숙해 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는데 시험을 못 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많이 속상했다"라며 "그래도 아직 모의고사가 몇 개 남아 있어서 다행이고, 남은 시험이라도 최선을 다해 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양은 "아직 코로나19에 다들 예민하니까 작은 증상이라도 무시하고 모의고사를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은 이기적인 생각 같아서 이번 시험을 못 본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박양뿐 아니다. 학평 당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박양처럼 '자가진단에서 설사했다고 체크했더니 등교중지 떠서 보건소 갔다가 학평도 못 치고 집에 왔다'는 글이 화제가 됐다. 다른 학생은 자신의 SNS에 "학교 등교해서 열 쟀더니 37.6도 나와서 열 3번 더 재고 구급차 타고 선별진료소 가서 검사하고 등교중지 됐다. 모고(모의고사)도 못 보고…"라는 글을 올렸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날 학평은 고3 학생들이 처음 치른 전국 단위 모의고사였다. 첫 학평은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파악하고 입시전략과 학습계획을 짜는 데 기초자료가 된다. 원래는 3월12일 서울시교육청 주관 학평이 이런 역할을 했지만 코로나19로 등교가 늦춰지면서 새 학기 개학 후 81일 만에야 첫 모의고사를 치렀다.

문제는 실제 수능 시험을 보는 날 의심증상이 발견됐을 때다. 현재 교육부가 마련한 '코로나19 감염 예방 관리 안내 지침'(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등교 전 자가진단이나 등교 후 발열검사에서 의심증상이 확인되면 '등교중지' 대상이 돼 학교에 갈 수 없다.

선별진료소에 가서 진료와 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서 자가격리해야 한다. 검사 결과 음성이라도 증상이 있는 동안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의심증상에는 발열이나 기침, 인후통뿐 아니라 호흡곤란, 설사, 메스꺼움, 미각·후각 마비까지 포함된다.

현재 교육부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수능날 아침에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발견되는 학생은 수능시험을 보지 못하게 된다. 선별진료소에 들러 검사를 받고 집에 가서 대기해야 한다. 박양은 "이대로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괜찮을 텐데, 솔직히 걱정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우려했다.

2020년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치러진 지난 2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조원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장갑을 낀 채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시험지를 배부하고 있다./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교육부에 따르면 고3 등교 첫날(20일) 집에서 자가진단을 한 결과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발견돼 '등교중지' 조치를 받은 학생은 2099명이다. 등교수업 시작 후 3일간 학교에서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발견돼 선별진료소로 이송된 고3 학생도 하루평균 209명꼴로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 집계 결과, 등교개학 후 119구급대가 학교로 출동해 선별진료소로 이송한 고3 학생은 20일 127명, 21일 262명, 22일 240명 등 총 629명이다. 이 가운데 548명은 코로나19 감염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검체를 채취하고 검사를 받았다. 증상이 심한 23명은 선별진료소에서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증상이 경미한 383명은 자택으로 이송됐다.


의심증상자뿐 아니다. 확진자와 접촉한 학생도 마찬가지다. 보건당국 역학조사 결과 확진자와 접촉한 학생은 14일간 자가격리해야 한다.

이 기간에 수능이 실시된다면?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보건당국 역학조사 결과 접촉자 범위를 결정할 때까지 원격수업을 실시해야 한다. 확진판정을 받고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고3 수험생이 수능시험에 응시할 수 있을지도 현재는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2017년 포항 지진으로 수능 시험을 1주일 연기하면서 교육당국이 지진 대처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처럼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대비한 수능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 가을 2차 대유행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회(교총) 정책본부장은 "수능 당일 발열이나 오한 증상이 있다고 했을 때 진료·검사도 받아야 되겠지만 수능시험을 응시하겠다는 학생이 있으면 별도 장소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방안을 미리 강구해야 한다"며 "긴급상황 대비해서도 꼼꼼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수능은 당일 컨디션이 좌우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사전에 명확한 기준과 대응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며 "격리해서 수능을 보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형평성이나 시험시간 분배 등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어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6월18일 실시하는 '6월 모의평가'에 대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학평과 달리 수능 6월 모평은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이 출제한다. 올해 수능 출제경향과 난이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이다. 평가원은 6·9월 두 차례 모의평가를 통해 수능 난이도를 조정한다.

수능 6월 모의평가는 수시와 정시 중 어디에 집중할지,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무슨 전형으로 지원할지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시험이기도 하다. 실제 수능과 가장 유사한 시험은 9월 모의평가지만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끝난 뒤에야 성적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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