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한 인사는 22일 정치권에 대한 재계의 최근 분위기를 이렇게 요약했다. 기업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집권여당과 지연·혈연·학연 같은 기존 접근방식으로는 '통(通)'할 길을 찾기 쉽지 않은 청와대 때문에 그나마 공식적인 행사에 매달리는 눈치싸움이 격렬하다는 얘기였다.
이 인사는 "지난 정부의 트라우마로 공식 행사가 정치권과 재계의 주요 소통로로 떠오르다 보니 빚어진 현상"이라며 "청와대 행사가 그 중에서도 가장 핫한 이벤트라 경쟁이 과열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초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신년회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재계 주최 신년회에 참가하는 대신 별도의 청와대 주관 신년회를 개최했다. 청와대가 올해 신년회를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하면서 일각에서는 그동안 제기됐던 재계와의 소통 소홀 논란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발표 직전까지 물밑에선 대한상의의 말못할 노력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10대 그룹 계열사 한 임원은 "지난해 대통령 신년회가 중소기업중앙회 회관에서 열린 이후 대기업 쪽에서 아쉽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대한상의도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을 아우르는 대표 경제단체로 내심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 자체가 친문 인사로 청와대나 정부와 스킨십이 좋다 보니 대한상의나 중기중앙회에서도 상당히 신경이 쓰일 것"이라며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단체마다 정치권과 소통로 역할을 하는 대외협력 담당 인력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상당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청와대 내부 기류를 잘못 읽거나 행사 관련 실적이 저조한 임원이 불이익을 당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문 대통령이 역대 최초로 레임덕 없는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재계에서 청와대와의 교감에 더 신경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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