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도 변호사도 '1일 1깡'…심리학자들의 분석[머투맨]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김지성 기자, 김소정 인턴 | 2020.05.21 05:45

머이슈│'1일 3깡' 비 강제 전성기, 심리학자 "의도성+상업성 보이면 열기 식어"

편집자주 | 유튜브, 정보는 많은데 찾기가 힘들다. 이리 저리 치인 이들을 위해 8년차 기자 '머투맨'이 나섰다. 머투맨이 취재로 확인한 알짜배기 채널, 카테고리별로 쏙쏙 집어가세요!


'삑- 삐삐- 삑- 삑- 삑삐삐- 삑삑삑-'

강렬한 비트가 깔린다. 홀연히 등장한 검은 옷의 남성, 배경의 '이천세무서 여주민원실'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고릴라를 연상케 하는 몸짓부터 시작되는 격렬한 춤사위. 그 위로 '산불조심' 안내 문구가 깔린다.

행위와 메시지의 부조화. 난해하기 짝이 없다. 여주시청이 유튜브에 올린 '1일 1깡: 공무원의 깡 커버'로 가수 비가 2017년 발표한 곡 '깡'의 패러디 영상이다. 지난달 8일 올라와 지자체 유튜브 영상 가운데는 이례적으로 조회수 86만회를 기록했다.


댓글 놀이 '깡뮤니티'에서 여고생 안무로 '1일 1깡' 진화


여주시청 유튜브 '깡' 패러디 / 사진=유튜브 캡처

'1일 1깡'은 현시점 유튜브에서 가장 핫한 놀이다. 깡 관련 영상의 누적 조회수가 1000만을 훌쩍 넘을 정도다. 발매 당시 깡은 철저히 대중의 외면을 받은 곡이었다. 누리꾼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유튜브에서 깡을 유희하기 시작했다. 유머러스한 댓글로 비의 가사와 안무를 '시대착오적'이고 '진부'하다며 조롱했다.

유튜브 깡 뮤직비디오에는 '내 인생은 깡을 듣기 전과 들은 후로 나뉜다. 물론 바뀐 것은 없다' 등의 댓글이 가득 찼다. 일명 '깡팸'(깡+패밀리), '깡뮤니티'(깡+커뮤니티)로 불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매일 깡 뮤비를 찾는 '깡지순례'(깡+성지순례)를 하기도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깡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변화는 지난해 말 한 여고생이 '1일 1깡' 안무 패러디 영상을 올리면서 찾아왔다. 원작을 뛰어넘는 과장된 몸짓이 화제를 불러 일으키면서 너나 할 것 없이 '1일 1깡' 안무 영상을 앞다퉈 올렸다. 전업 유튜버들의 놀이에 그쳤던 깡은 입소문에 여주시와 충주시를 비롯한 공무원의 '1일 1깡', 학교 폭력을 막자는 변호사의 '1일 1깡'에 이르고 있다.


"1일 3깡은 해야" 원작자 비까지 '깡' 홀릭, 밈 문화 전성기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뭐하니 출연 비 '1일 3깡' / 사진=MBC유튜브 캡처

갑작스러운 깡의 인기에 원작자 비는 '강제 전성기'를 또 맞았다. 최근 비는 방송에 나와 자신에 대한 조롱인 '1일 1깡'으론 부족하다며 "1일 3깡은 해야 한다"는 식으로 위트 있게 받아쳤다. 누리꾼들은 '대인배'라며 호평했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작은 문화가 전통 미디어와 현실에까지 영향을 준 것이다.


사실 '1일 1깡'의 성공이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찍이 유행이 됐던 '밈'(Meme) 현상의 일종이다. 밈은 빠르게 전파되는 농담이나 장난·행동 따위를 가리킨다. 가깝게는 영화 타짜의 '곽철용', 드라마 '야인시대'의 '4달라' 등이 대표적 예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이들 밈은 배우 김응수와 김영철을 CF스타로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틱톡이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 발달하며 '1일 1깡' 같은 챌린지 형식의 밈에 불이 붙었다. 앞서 지코의 '아무 노래'가 댄스 챌린지로 많은 인기를 끈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댓글로 깡을 소비하기 보다 누구나 '1일 1깡' 챌린지를 하면서 더 많은 재미와 파급이 생겨난 셈이다.


'밈' 의도성+상업성 보이면 열기 식어, 코로나19 영향도?


가수 비의 '깡' 뮤직비디오 / 사진=깡 공식 뮤직비디오 캡처

전문가들은 '1일 1깡' 같은 인터넷 유희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디지털 심리학자)는 "밈 문화는 인터넷 문화의 본질로 누구나 프로바이더(제공자)가 될 수 있다"며 "과거 기자나 PD 등이 기승전결을 짜서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인터넷에서는 의미없는 행위거나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것을 즐겁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밈 문화는 함부로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기업체가 의도성을 갖고 접근하면 인기가 식을 수도 있다"며 "대중은 의도성이 변질됐다고 생각하면 비난조로 바뀐다"고 덧붙였다.

외부 활동의 위축을 부른 코로나19(COVID-19) 확산이 밈 문화의 발달을 견인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무료한 일상과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몰라 불확실한 미래에 사람들이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려 하는 현실이 반영된 것 같다"며 "SNS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콘텐츠가 나타나 1일 1깡을 즐기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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