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는 무죄 주장…아버지는 "미국 보내는거 불쌍해"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20.05.20 05:00

[theL] 법정 나온 손정우 부친 "죄는 위중하지만 불쌍…"

/사진=뉴스1

다크웹에서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유포한 '웰컴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인도 여부가 다음달 결정된다. 손정우 측은 미국에서 사법절차를 밟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우리나라에서 심판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자금세탁 범죄, 우리나라 5년 미국은 최고 징역 20년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정문경·이재찬)는 19일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 심사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손정우는 출석하지 않았다. 손정우의 부친은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손정우는 웰컴투비디오에서 성착취물을 유포한 혐의로 우리나라에서 징역 1년6개월이 확정돼 복역을 마쳤다. 미국 연방법무부는 출소에 맞춰 손정우를 미국으로 불러오기 위한 송환 절차를 추진해왔다.

미국 연방법무부는 손씨를 아동음란물 광고, 아동음란물 수입, 아동음란물 배포 등 9가지 혐의로 자국에 기소하고 우리 법무부에 손정우의 인도를 요구했다. 우리 법무부는 우리나라에서 처벌이 끝난 부분을 제외하고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해서만 인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손정우를 재구속했다.

자금세탁은 우리나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르면 최고 징역 5년 또는 벌금 3000만원에 처해진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액수에 따라 최고 징역 20년에 처해질 수 있다.



아빠의 아들 고발, 속뜻은…


손정우의 부친은 아들을 미국으로 보내지 말아달라는 취지로 검찰에 아들을 고발한 상태다. 아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하고 여기에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문제삼은 혐의를 우리 검찰이 수사하게 해 송환을 막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19일 심문에서 손정우의 변호인은 손정우를 처벌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손정우를) 미국으로 보낼 경우 높은 형량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존 범죄보다 범죄수익은닉에 관해 미국에서 더 높은 형을 받으면 형평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자금세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징역 1년6개월보다 훨씬 높은 형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주 범죄인 성착취물 유포보다 그에 딸린 자금세탁 혐의로 더 강하게 처벌받는 결과가 돼 부당하다는 것이다.



손정우 자금세탁 무죄 주장


손정우 측에서 자금세탁 범죄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이날 변호인은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 손정우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착취물 유포 사이트 이용자들로부터 비트코인으로 수익을 받아 다른 가상화폐로 환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 목적이었을 뿐 범죄수익을 숨기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취지다.

범죄인인도법 제7조에 따르면 범죄 혐의를 의심할 만한 증거가 없는 경우 외국의 인도 청구를 거절해야 한다. 변호인은 이 조문에 따라 손정우에 대한 미국의 인도 청구를 거절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변호인은 손정우가 자택에서 사이트를 운영했다는 점, 미국으로 넘겨져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면 미국 교도소에서 수형생활을 해야 하는데 이는 너무 가혹하다는 점 등을 주장했다. 범죄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경우, 범죄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외국에 인도해주는 것 자체가 비인도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범죄인인도법 제9조에 따라 범죄인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

변호인은 "우리나라에서 처벌할 수 있음에도 처벌하지 않고 미국으로 보내는 건 적절치 않다"며 "이 사건은 모두 국내에서 이뤄진 범죄이므로 (손정우를) 보내는 것은 사법권 침해"라고 했다.



검찰 "미 연방검찰서 상당 증거 확보"


반면 검찰은 "미국에서 오랜 기간 수사했고 보내온 자료를 보면 범죄사실이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보인다"며 미국의 인도 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범죄수익을 은닉하지 않았다는 손정우 측 주장에 대해 검찰은 "자료를 보면 손정우가 그 이후에 웹사이트를 은닉한 방법, 지불받은 돈을 다른 사람 계좌를 이용해 관리했다는 점 등 다양한 내용이 있고 증거도 첨부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우리 검찰에서는 자금세탁 혐의를 기소하지 않았는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는지 변호인 측에서 따졌다. 이에 검찰은 "미국처럼 상당한 추적법을 동원해 장기간 수사하지 않으면 (혐의를) 밝히기 어렵다"며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손정우처럼 암호화 웹, 비트코인 등을 이용해 익명성을 보장받는 범죄가 국경을 넘어서 범해지고 있다"며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면 이 범죄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 나라에서 재판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충분히 예견 가능하다"고 맞섰다.

이어 "손정우의 범죄는 미국 연방검찰이 상당한 인력 동원해 범죄수익 관련 자료 확보한 것"이라며 "자국민이라 인도해서는 안 된다는 변호인 측 논리가 필연적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6일 한 번 더 심문기일을 열고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손정우가 인도영장에 의해 구속되고 두 달이 지난 다음달 27일까지 미국 인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심문 후 손정우의 부친은 "죄는 위중하지만 저 쪽(미국)으로 보낸다는 것이 불쌍한 마음이 든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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