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배상 잇따르는 해외사모펀드…문제는 없나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 2020.05.19 16:17

[MT리포트]'시한폭탄' 위기의 해외 사모펀드④

편집자주 | 저금리 시대에도 고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해외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선풍적인 인기에 앞다퉈 출시된 해외 사모펀드들이 최근 잇따라 기초자산 부실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외 사모펀드가 고위험 상품으로 전락하게 된 구조적 원인과 그에 대한 대책을 모색해봤다.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피해자들과 금융정의연대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DLF 사태 관련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재개최 요구 청와대 진정서 전달 기자회견'에서 분쟁조정위원회 재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지난 5일 금감원의 DLF 사태 분쟁조정위원회는 은행 자체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수사 의뢰하고, 배상비율 재결정을 위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재개최하라"고 촉구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최근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해외사모펀드에 대해 판매사들이 잇따라 선제보상에 나섰다. 적극적인 투자자 보호 조치라는 점에서 금융당국도 환영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자율배상이 금융사의 책임 면피, 주주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초자산 부실로 문제가 된 5개 금융상품(△라임무역금융펀드 △하나은행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신한금융투자 독일헤리티지DLS(파생결합증권) △기업은행 디스커버리채권펀드 △KB증권 호주부동산펀드)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전에 판매사가 먼저 보상을 했거나 보상안을 마련 중이다.

KB증권은 지난해 호주부동산 펀드 투자자들에게 900억원의 투자금 전액을 반환하면서 금감원에 접수됐던 투자자 민원이 모두 취하됐다. 라임펀드 판매 은행들은 투자자에게 예상손실액의 30%를 선보상하고 펀드평가액의 75%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라임 판매사 중 신영증권은 지난 3월부터 판매액의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선배상하는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도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에서 5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되자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사적화해방안을 제시했다. 기업은행도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해 투자금의 일정비율을 선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신한금투도 투자금액의 50%를 가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판매사들의 선제보상 명분은 투자 신뢰 회복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배상을 하면 시기적으로 빠를 수 있다"고 말하며 장려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다만 펀드 부실화 책임을 벗기 어려운 판매사들이 일단 돈으로 투자자를 달래고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들이 지급하는 보상액 역시 투자자들이 맡긴 돈이다. 은행들이 대부분 상장사라는 점에서 주주권 훼손 우려도 있다.


이에 사태 초반에는 판매사가 선제적으로 보상책을 마련할 경우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KB증권이 호주부동산펀드 투자금을 돌려준 후 자율배상 물꼬가 트였다. 신영증권도 법적 자문을 통해 배임이슈가 없다는 의견을 얻고 자체 보상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와 별개로 금융회사의 주주권 훼손 이슈는 남는다. 금융회사들은 결국 보상액만큼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 이는 모두 비용으로,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금융지주의 경우 대부분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이다.

올 1분기 기준 KB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9.97%를 보유하고 있고 하나금융지주(9.94%), 신한지주(9.92)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금융지주는 예금보험공사(17.25%),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53.2%)가 최대주주다. 자율배상으로 은행들의 실적이 줄고 배당이 축소되면 궁극적으로는 국민연금 수익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워낙 자율보상이 확산되는 분위기여서 다들 참여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에 끼우는 것 아니겠냐"며 "가뜩이나 저금리, 코로나19(COVID-19) 불확실성 확대로 금융주 주가가 좋지 않은 상태인데 주주들 속내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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