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르기 전에" 알바비 탈탈 털어 명품 지르는 20대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20.05.19 05:30

[MT리포트-명품 샤넬의 소비심리학] (종합)

편집자주 | 이태원발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에도 지난주 백화점 명품숍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명품 샤넬의 '예고된' 가격인상에 앞서 미리 수백만원짜리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다. 고객들이 개장과 동시에 매장을 향해 질주하는 이른바 '오픈런'이 벌어졌다. 왜 한국의 20대들은 샤넬에 열광할까. 오픈런부터 샤테크, 불매운동까지 '명품제국' 샤넬을 다각도로 분석해봤다.



샤넬의 요란한 가격인상 vs 루이비통의 기습 인상


샤넬, 인상 일주일 전 소문 돌며 오픈런 초래

5월 들어 루이비통은 고객 모르게 가격을 기습 인상했지만 샤넬의 인상 소식은 일주일 전부터 소문이 파다했다. 가격 인상이 예고된 샤넬 매장에는 이태원발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에도 불구, 대규모 인파가 몰려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기습 인상 루이비통 VS 인상 소문난 샤넬=한국시장에서 14일 전격 단행된 샤넬의 가격 인상은 일주일 전부터 소문이 돌았다. 고객들의 가격 문의에 샤넬 백화점 매장 직원들은 "전달받은 바 없다"고 답했지만 한편으론 "지금 구매하시면 잘 하시는 겁니다"며 인상을 암시하기도 했다.

샤넬 직원 대부분은 인상 여부를 함구했지만 인상 사흘 전 샤넬 공식 홈페이지에는 제품마다 기재된 정가가 사라졌다. 대신 "가격은 문의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는 문구가 올라왔다. 인상이 임박했다는 걸 직간접적으로 알린 셈이다.

샤넬 프랑스를 비롯해 샤넬 미국 홈페이지도 같은 방식으로 가격이 사라졌다. 결정적으로 현지시간으로 11일, 유럽에서 큰 폭의 가격 인상이 이뤄졌고 13일 한국 백화점 앞에는 샤넬을 사려는 사람들이 돗자리까지 깔고 장사진을 쳤다.

지난 13일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가격 인상을 하루 앞두고 샤넬 제품 구매를 위해 고객들이 몰려 긴 줄이 늘어섰다/사진=이기범 기자


결국 샤넬이 가격 인상을 대놓고 고지하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암시함으로써,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인데도 고객들이 백화점에서 매장으로 질주하는 현상이 초래된 것이다.

앞서 5월 5일 샤넬의 경쟁사인 루이비통은 가격을 기습 인상했다.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 직원들조차 인상 전날 오후 늦게 알았다고 할 만큼 가격 인상에 대한 보안이 철저히 지켜졌다. 두 달 만에 이뤄진 인상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됐지만 샤넬과 같은 '광란의 오픈런' 사태는 없었다. 갑작스런 인상에 고객들은 화가 났지만 사전 사재기를 방지할 수 있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쇼핑몰·백화점이 휴점했던 태국 샤넬은, 휴점이 끝나고 매장을 여는 시점에 맞춰 샤넬 가격을 인상했다. 루이비통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기습적으로 인상돼 인상 전 구매 대란은 없었다.

◇가격도 올리고 판매도 늘린다…명품의 '일석이조' 전략=샤넬의 이 같은 가격 인상은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P(가격)을 올리면서 Q(판매량)까지 끌어올리는 '두 마리 토끼' 전략에 해당된다.

가격을 올리기 전, 구매지수가 급등하며 판매량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데다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뒤에도 추가 인상을 예상한 고객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으로 판매량이 딱히 줄지 않는데 이익률은 크게 개선된다. 일반적인 브랜드는 보통 가격을 올리면 판매량이 줄어들지만 샤넬 같은 확고한 브랜드 우위를 지닌 기업은 가격을 아무리 올려도 판매량이 더 늘기에 가능한 것이다.

샤넬 같은 명품업체는 가격 인상의 이유로 △본사의 글로벌 가격 정책 변화 △환율 변동 △원가 상승 △임금 상승 등을 든다. 하지만 명품업체가 같은 제품의 가격을 계속해서 올리는 진짜 이유는 가격이 브랜드 가치와 직결되는 요소여서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수석연구원은 "명품 브랜드는 가격을 매년 인상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에게 제품 가격은 곧 브랜드 가치와 직결되기에 적절한 시기에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며 "가격 인상이 곧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행위가 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상된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해도 일부 인기 품목은 재고가 거의 없어 소비자들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다. 희소한 재고 전략은 소유욕을 더 자극해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는데 기여한다. 90년대생, 20대들은 '한정판'에 대한 열망이 강한데 명품의 희소성이 이같은 소유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샤넬 오픈런' 미친듯 뛴 20대, 손에 든 건 반지갑 카드지갑


'샤넬 공화국' 건설한 20대 …"코로나도 두렵지 않은 명품 불나방"
지난 10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백화점 셔터가 다 올라가기도 전에 고객들이 샤넬 매장을 향해 뛰어가고 있다/사진=오정은 기자


백화점 셔터가 다 올라가기도 전에 개구멍으로 들어가 샤넬 매장을 향해 달려나갔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지난 14일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에 백화점에 몰려간 소비자들은 이태원발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에도 전국에서 '광란의 오픈 런(백화점 문 열자마자 달려가 줄을 서는 현상)'을 벌였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던 지난주 서울·부산 지역의 주요 백화점 명품관에는 개점 시간에 맞춰 많게는 1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10대에서 30대 초반에 이르는 '샤넬 매니아'들은 감염병 공포에도 불구하고 샤넬 매장으로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샤넬, 20대가 갖고 싶고, 가질 수 있고, 가져야 하는 무엇=전문가들은 샤넬 오픈런을 취재하러 백화점에 방송사 카메라까지 등장했지만 부끄러움 없이 샤넬을 쟁취하는 현상의 중심에는 '20대의 명품 소비성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90년대생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라나 원하는 걸 가질 수 있었고 궁핍에 시달리지 않았다. 현재를 즐기는 성향(욜로:인생은 한 번 뿐이다)이 강하고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속에 자신의 인생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유복한 90년대생들은 부모님의 카드로 명품을 사고 유복하지 못한 20대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착실히 모은 돈으로 명품을 산다. 어린 시절에 누린 물질적 풍요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으로 인해 높은 사회비교추구성향(자신을 주위의 사람들과 비교해 평가하는 경향)을 가진 이들은 '강한 명품 소유 욕구'를 갖게 됐다.
블랙핑크 제니가 샤넬 의류와 샤넬 가방을 착용하고 있다


고인곤 강남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20대 소비자의 명품 및 명품모방품 소비행태에 관한 탐색적 연구'에서 20대가 명품에 열광하는 이유로 "젊은 세대는 통제감과 자기효능감이 강하지 못해 주변의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며 과시성 소비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즉 자기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자신과 남을 쉽게 비교하며 명품을 갖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20~30대 젊은 계층은 소득수준이 낮은데도 명품 소비를 주도하고 명품 매장의 주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명품은 몇 년 전만 해도 소수의 상류층만 찾던 제품이었으나 이제는 연령이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두가 갖고 싶고, 가질 수 있고, 가져야 하는 물건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태원 갔던 20대, 백화점에선 샤넬 향해 달려=롯데그룹 롯데멤버스는 지난해 말 2019년 명품 시장의 키워드로 '20대'를 지목했다. 20대의 명품 구매 건수는 2019년 3분기에 2017년 동기 대비 7.5배 급증했다. 90년대생, 20대들의 플렉스(FLEX) 문화가 '샤넬 오픈런'이라는 기이한 현상까지 이어진 것이다.

명품 매장에서 거침없이 명품을 사는 20대 가운데 일부는 부모님 카드를 들고 나타난다. 한국 경제 성장의 수혜를 고스란히 받고 부를 일군 60년대생 부모의 부를 이전받아 명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20대 명품 매장 VIP의 대부분은 부모 카드로 명품을 산다.

하지만 대부분의 20대는 주머니가 얇아 300만원, 500만원 미만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명품을 찾는다. 롯데멤버스의 '명품 쇼핑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의 명품 구매품목 1위를 차지한 것은 반지갑(34.2%)이었다. 카드지갑(25.1%), 운동화(23.1%)가 각각 2,3위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저가 명품이 주요 쇼핑목록에 올랐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수석연구원은 "한국사회의 명품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30세 미만 계층은 비교적 낮은 단가의 스니커즈, 의류잡화, 쥬얼리, 작은 사이즈의 핸드백 등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한해 13조 벌어들이는 명품 샤넬, 창시자는 고아원 출신


2018년 샤넬, 영업이익 3.5조 벌어...억만장자 베르타이머 일가가 오너
가브리엘 코코 샤넬/사진=나무위키


굴지의 명품 브랜드 샤넬의 창시자 '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고아원에서 자랐고 결혼도 안했고 자식도 없었다. 즉 코코 샤넬 사망 이후 샤넬가(家)는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의 샤넬 그룹은 누가 지배하며, 얼마를 벌고, 어떤 기업일까.


불과 2017년까지도 샤넬은 베일에 싸인 명품기업이었다. 샤넬이 1909년 설립한 프랑스의 이 패션 브랜드는 설립 후 무려 108년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샤넬은 상장사가 아니었고 실적 공시 의무도 없었다. 1971년 샤넬 사망 이후 샤넬 향수를 후원했던 억만장자 가문 베르타이머 일가가 샤넬을 인수·경영했고, 샤넬은 비상장 개인 기업으로 재무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108년의 침묵을 깨고 샤넬은 실적을 공개해 세상을 놀라게 한다. 샤넬이 공개한 매출은 단일 브랜드 기준 루이비통을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였으며 구찌의 매출을 이미 넘어섰다.

1년 뒤 샤넬은 2018년 실적도 공개했고 올해 6월에 2019년 실적이 공개된다.

지난해 발표된 2018년 매출은 2017년 대비 10.5% 증가한 111억 달러를 기록했다. 원화(1달러=1200원) 환산시 13조320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9억9800만 달러로 8% 늘었다. 원화 환산시 3조5976억원이다. 매출액과 비교해 영업이익률을 계산하면 27% 달한다.

샤넬의 가장 유명한 향수, 샤넬 넘버5/사진=샤넬


필립 블롱디오 샤넬 글로벌 CFO(최고 재무 책임자)는 "훌륭한 제품 라인업과 신제품 출시로 샤넬은 전 부문에서 견조한 실적 성장세를 나타냈다"며 "2018년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시키고 사회적·환경적 의무를 강화하는데 의미 있는 투자를 단행했다"고 자평했다. 샤넬의 2018년 자본 투자금액은 10억700만 달러로, 전년비 129.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샤넬의 지역별 매출액을 살펴보면 아시아 매출액이 47억3000만 달러로 가장 컸으며, 2017년 대비 19.9% 증가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유럽은 42억8000만 달러로 전년비 7.8% 늘었고 미국은 21억900만 달러로 7.4% 성장했다. 샤넬의 최대 시장은 아시아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도 아시아, 특히 중국과 한국이다.

샤넬의 108년 만의 실적 공개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그룹 등 글로벌 명품 공룡의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항하기 위한 행위"라고 분석했다. 그룹의 매출 사이즈를 밝혀 함부로 인수·합병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널리 알렸다는 설명이다.

루이비통과 마찬가지로 샤넬은 국가별 매출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법인인 샤넬코리아는 유한회사로 외부감사를 받지 않으며 감사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얼마를 버는지는 알 길이 없다.

여성들에게 '최고의 명품'으로 사랑받는 샤넬의 기원은 루이비통이나 에르메스와는 태생적으로 다르다.

샤넬의 기원과 마케팅 전략을 분석한 '샤넬 전략'을 쓴 나가사와 신야 와세다 대학 교수는 "에르메스는 창업자 일가가 경영권을 쥐고 있지만 샤넬은 창업자와 상극(고아원 출신의 샤넬과 대비된다는 뜻)인 성격의 베르타이머 일가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에르메스나 루이비통이 왕족이나 귀족 등 특권층의 필요성을 위해 탄생했다면 샤넬은 가난하게 태어난 코코 샤넬이 빈손으로 일군 브랜드라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2019년 사망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사진=로이터


1971년 샤넬이 사망하자 알랭 베르타이머(샤넬 회장)가 샤넬의 수장으로 지휘를 맡았고 1983년 칼 라거펠드를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로 고용해 지금의 샤넬을 창조해냈다. 샤넬의 모태는 프랑스지만 샤넬 그룹의 실질적인 본사는 뉴욕이고 샤넬 회장과 최고경영자의 주 활동지도 뉴욕이며, 뉴욕 사무실이 그룹의 전략 기지라는 것이 나가사와 교수의 설명이다. 다만 디자인 및 창작을 담당했던 칼 라거펠드는 프랑스를 주 무대로 활동했다.

최근의 샤넬 전략은 같은 독립계 메종(명품 하우스)이자 '최고의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Hermes)를 추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샤넬 클래식백(라지) 사이즈의 가격은 1000만원에 육박했는데 1000만원대 가방이 상징하는 브랜드가 바로 에르메스다. 에르메스는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명품으로 유명한데 샤넬 가방 가운데 일부(샤넬 코코핸들)는 이미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오픈런으로 명품 이미지 훼손"...그래도 '샤넬'은 산다


"샤넬 불매" vs "가격 더 오르기 전에 샤야"

'인간 샤넬'이라 불리는 블랙핑크 제니, 샤넬 레드 뮤지엄 방문 사진/사진=샤넬


백화점에서 벌어진 '오픈 런(Open Run)' 대란으로 명품 이미지가 훼손된 샤넬에 대해 일부 고객들은 불매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이 문 열기도 전에 달려가 샤넬을 살 정도로 매니아 층이 두터운 한국에서 샤넬 불매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유니클로는 불매해도 샤넬은 불매 못하는 이유=지난해 7월 시작된 일본 불매 운동으로 유니클로는 한국에서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충격을 입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유니클로는 불매해도 샤넬 불매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체재가 없어서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명품의 핵심은 헤리티지(유산)며, 그 명품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는 다른 브랜드가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명품의 종류는 많지만 개별 명품마다 독특한 브랜드 가치를 보유하고 있어 샤넬 같은 브랜드는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재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샤넬의 대체재로는 루이비통이나 에르메스, 크리스챤 디올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코코 샤넬이 만들어낸 '자유로운 여성' 스토리와 특유의 블랙&화이트 카멜리아 이미지는 다른 어떤 브랜드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패션업계에서 브랜드는 절대적이며, 패션은 브랜드로 시작해 브랜드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샤넬은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절대적인 가치를 창조한 굴지의 브랜드이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가격 인상을 지속하고 있다.

홍 대표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각인된 브랜드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브랜드 가치가 없는 브랜드는 슬프지만 내세울 게 할인 밖에 없다"며 "패션업계의 샤넬은 곧 IT업계의 애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파리의 깡봉가 31번지 아파트에서 사자 조각상과 함께 있는 가브리엘 샤넬, 1957년/사진=샤넬 공식 홈페이지


◇샤넬 이미지 훼손 vs 그래도 샤넬을 산다=샤넬 오픈 런 사태 이후 소비자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백화점 매장에 경주하듯 달려가 샤넬을 샀다는 오명을 쓰고 싶지 않다는 반응과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건데 인상된 가격에라도 샤넬을 사겠다는 반응이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박준희씨(40)는 "오픈 런 사태를 보고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방을 사려고 했는데 샤넬백을 사면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다른 브랜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 인상이 구매 욕구를 부르는 효과 때문에 "가격이 오를 줄 알았으면 샤넬을 살 걸 그랬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번 인상이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이뤄져 향후에 더 오를 거란 예상이 있어서다. 때문에 서울·부산권 주요 백화점에는 가격이 오른 이후인 지난 주말에도 일부 고객들이 '오픈 런'을 뛰었다.

급격한 가격 인상에 '샤테크'도 본격화됐다. 샤넬은 제품마다 품번이 있고 생산연도에 따라 중고 가격 책정돼 웃돈을 붙여 파는 일이 별로 없었다. 500만원에 구매한 가방을 2년 뒤 500만원에 팔 수는 있지만 이익을 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금번 대폭 인상으로 네이버 최대 중고카페 중고나라에는 '오픈 런 샤넬' 새상품 가방이 웃돈을 붙여 여럿 올라왔다. '샤테크'가 실제로 가능해진 것이다.

서울 강남 신세계백화점의 샤넬 디스플레이/사진=오정은 기자


오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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