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비판만 말고…'투명 회계' 도움줄 지원조직 만들어야"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 2020.05.18 17:00

[MT리포트-기부자는 알 권리가 있다]⑥

편집자주 | << 우리 사회의 성역 가운데 하나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는 역할을 해왔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정의연 문제는 한일 관계, 역사 인식 등과 맞물리는 진영간 이슈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온 시민단체들의 불투명한 운영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기도 하다. 정의연 사태를 계기로 시민단체들의 불투명한 운영 실태, 심각성, 개선점 등을 살펴봤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사진=황신애 본인 제공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논란과 관련해 NPO(비영리단체) 스스로 투명성을 제고하는 노력과 함께 정부나 사회가 회계 처리 등을 도와줄 중간지원조직을 구축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는 18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직면한 투명성 문제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정면 돌파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단체들이 사업, 기부금 집행에 대해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황 이사는 "기업도 외부 회계·법무법인 등 자문기관 재정·법률의 투명성을 증명해내기 힘든 것처럼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라며 "시민단체의 경우 주수입인 기부금 중 15% 이내의 범위에서 인건비·임대료 등 운영비에 사용할 수 있어 고액 자문, 관련 인력 운영 등은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라 밝혔다.

그는 "활동가 스스로도 자기 활동 영역 외 법률, 재무, 사회 여론 파악에 비전문가"라며 "현재는 관련 요구들에 활동가 스스로 공부하며 맞춰가는 환경인데 구멍이 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설명했다.

환경보호 등 목적 활동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는 활동가가 따로 시간을 내 회계, 법률, 여론 파악을 항상 정확히 따라가기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비영리단체들은 사업활동, 기부금 사용 내역을 정리할 때 이를 점검하는 정부 기관, 기업 등 대형 기부자, 지방자치단체, 일반 개인이 요구하는 증빙 사항에 일일이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테면 사회복지공동모금에서 5000만원 지원 받으면 국세청 회계 기준, 공동모금 회계 기준에 맞춰 서류를 만들어 내야 한다.

황 이사는 "지원금, 기부금 관련해 세법·상속세법·법인세법·기부금법 등이, 운영·사업 관련해서는 공익법인법·일반사회복지법 등이 적용되는 등 알아야 할 법도 산더미"라며 "이중 하나만 개정돼도 법률 비전문가로서는 따라가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했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사진=황신애 본인 제공


그는 "단체들의 이런 구멍을 채워주는 게 '중간조직'이라며 "'중간조직'과 이에 대한 육성 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투명성' 등 사회가 요구하는 사항을 맞추지 못한다고 활동가만 비난하는 현실은 건설적인 결과를 내놓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영리 활동이 활발한 미국·유럽 등에는 중간조직도 다수 발달돼 있다. 영국의 카프(CAF·Charities Aid Foundation)는 기부에 대한 자문 서비스, 컨설팅, 평가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유명 인사들이 비영리단체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기부와 모금 환경을 분석해주는 영국의 본드(BOND), 옥스팜 등 중간조직이 다수 발달해 있다. 비영리 단체들의 모금 활동이 투명하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점검 활동이 이뤄지기도 한다.

황 이사는 "이런 중간조직들은 정부 인력만으로는 파악 힘든 현장 활동가나 이들에 대한 사회 인식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조직은 정부나 뜻 있는 기부가, 개인들의 지원으로 생성돼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며 "미국의 경우 록팰러재단, 포드 등이 중간조직, 비영리기구를 지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설명했다.

아울러 "과거 투명성 이슈가 제기됐을 때마다 정부는 시민단체 활동을 법률로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이제 이들의 자율성을 높이며 투명성 등 제기된 현안도 해결할 수 있도록 중간조직 지원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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