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는 불매해도 샤넬은 불매 못하는 이유=지난해 7월 시작된 일본 불매 운동으로 유니클로는 한국에서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충격을 입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유니클로는 불매해도 샤넬 불매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체재가 없어서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명품의 핵심은 헤리티지(유산)며, 그 명품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는 다른 브랜드가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명품의 종류는 많지만 개별 명품마다 독특한 브랜드 가치를 보유하고 있어 샤넬 같은 브랜드는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재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샤넬의 대체재로는 루이비통이나 에르메스, 크리스챤 디올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코코 샤넬이 만들어낸 '자유로운 여성' 스토리와 특유의 블랙&화이트 카멜리아 이미지는 다른 어떤 브랜드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패션업계에서 브랜드는 절대적이며, 패션은 브랜드로 시작해 브랜드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샤넬은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절대적인 가치를 창조한 굴지의 브랜드이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가격 인상을 지속하고 있다.
홍 대표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각인된 브랜드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브랜드 가치가 없는 브랜드는 슬프지만 내세울 게 할인 밖에 없다"며 "패션업계의 샤넬은 곧 IT업계의 애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박준희씨(40)는 "오픈 런 사태를 보고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방을 사려고 했는데 샤넬백을 사면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다른 브랜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 인상이 구매 욕구를 부르는 효과 때문에 "가격이 오를 줄 알았으면 샤넬을 살 걸 그랬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번 인상이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이뤄져 향후에 더 오를 거란 예상이 있어서다. 때문에 서울·부산권 주요 백화점에는 가격이 오른 이후인 지난 주말에도 일부 고객들이 '오픈 런'을 뛰었다.
급격한 가격 인상에 '샤테크'도 본격화됐다. 샤넬은 제품마다 품번이 있고 생산연도에 따라 중고 가격 책정돼 웃돈을 붙여 파는 일이 별로 없었다. 500만원에 구매한 가방을 2년 뒤 500만원에 팔 수는 있지만 이익을 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금번 대폭 인상으로 네이버 최대 중고카페 중고나라에는 '오픈 런 샤넬' 새상품 가방이 웃돈을 붙여 여럿 올라왔다. '샤테크'가 실제로 가능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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