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지의 명품 브랜드 샤넬의 창시자 '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고아원에서 자랐고 결혼도 안했고 자식도 없었다. 즉 코코 샤넬 사망 이후 샤넬가(家)는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의 샤넬 그룹은 누가 지배하며, 얼마를 벌고, 어떤 기업일까.
불과 2017년까지도 샤넬은 베일에 싸인 명품기업이었다. 샤넬이 1909년 설립한 프랑스의 이 패션 브랜드는 설립 후 무려 108년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샤넬은 상장사가 아니었고 실적 공시 의무도 없었다. 1971년 샤넬 사망 이후 샤넬 향수를 후원했던 억만장자 가문 베르타이머 일가가 샤넬을 인수·경영했고, 샤넬은 비상장 개인 기업으로 재무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108년의 침묵을 깨고 샤넬은 실적을 공개해 세상을 놀라게 한다. 샤넬이 공개한 매출은 단일 브랜드 기준 루이비통을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였으며 구찌의 매출을 이미 넘어섰다.
1년 뒤 샤넬은 2018년 실적도 공개했고 올해 6월에 2019년 실적이 공개된다.
지난해 발표된 2018년 매출은 2017년 대비 10.5% 증가한 111억 달러를 기록했다. 원화(1달러=1200원) 환산시 13조320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9억9800만 달러로 8% 늘었다. 원화 환산시 3조5976억원이다. 매출액과 비교해 영업이익률을 계산하면 27% 달한다.
샤넬의 지역별 매출액을 살펴보면 아시아 매출액이 47억3000만 달러로 가장 컸으며, 2017년 대비 19.9% 증가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유럽은 42억8000만 달러로 전년비 7.8% 늘었고 미국은 21억900만 달러로 7.4% 성장했다. 샤넬의 최대 시장은 아시아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도 아시아, 특히 중국과 한국이다.
샤넬의 108년 만의 실적 공개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그룹 등 글로벌 명품 공룡의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항하기 위한 행위"라고 분석했다. 그룹의 매출 사이즈를 밝혀 함부로 인수·합병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널리 알렸다는 설명이다.
루이비통과 마찬가지로 샤넬은 국가별 매출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법인인 샤넬코리아는 유한회사로 외부감사를 받지 않으며 감사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얼마를 버는지는 알 길이 없다.
여성들에게 '최고의 명품'으로 사랑받는 샤넬의 기원은 루이비통이나 에르메스와는 태생적으로 다르다.
샤넬의 기원과 마케팅 전략을 분석한 '샤넬 전략'을 쓴 나가사와 신야 와세다 대학 교수는 "에르메스는 창업자 일가가 경영권을 쥐고 있지만 샤넬은 창업자와 상극(고아원 출신의 샤넬과 대비된다는 뜻)인 성격의 베르타이머 일가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에르메스나 루이비통이 왕족이나 귀족 등 특권층의 필요성을 위해 탄생했다면 샤넬은 가난하게 태어난 코코 샤넬이 빈손으로 일군 브랜드라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의 샤넬 전략은 같은 독립계 메종(명품 하우스)이자 '최고의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Hermes)를 추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샤넬 클래식백(라지) 사이즈의 가격은 1000만원에 육박했는데 1000만원대 가방이 상징하는 브랜드가 바로 에르메스다. 에르메스는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명품으로 유명한데 샤넬 가방 가운데 일부(샤넬 코코핸들)는 이미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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