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재확산되던 지난주 서울·부산 지역의 주요 백화점 명품관에는 개점 시간에 맞춰 많게는 1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10대에서 30대 초반에 이르는 '샤넬 매니아'들은 감염병 공포에도 불구하고 샤넬 매장으로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샤넬, 20대가 갖고 싶고, 가질 수 있고, 가져야 하는 무엇=전문가들은 샤넬 오픈런을 취재하러 백화점에 방송사 카메라까지 등장했지만 부끄러움 없이 샤넬을 쟁취하는 현상의 중심에는 '20대의 명품 소비성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90년대생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라나 원하는 걸 가질 수 있었고 궁핍에 시달리지 않았다. 현재를 즐기는 성향(욜로:인생은 한 번 뿐이다)이 강하고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속에 자신의 인생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유복한 90년대생들은 부모님의 카드로 명품을 사고 유복하지 못한 20대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착실히 모은 돈으로 명품을 산다. 어린 시절에 누린 물질적 풍요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으로 인해 높은 사회비교추구성향(자신을 주위의 사람들과 비교해 평가하는 경향)을 가진 이들은 '강한 명품 소유 욕구'를 갖게 됐다.
고 교수는 "20~30대 젊은 계층은 소득수준이 낮은데도 명품 소비를 주도하고 명품 매장의 주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명품은 몇 년 전만 해도 소수의 상류층만 찾던 제품이었으나 이제는 연령이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두가 갖고 싶고, 가질 수 있고, 가져야 하는 물건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태원 갔던 20대, 백화점에선 샤넬 향해 달려=롯데그룹 롯데멤버스는 지난해 말 2019년 명품 시장의 키워드로 '20대'를 지목했다. 20대의 명품 구매 건수는 2019년 3분기에 2017년 동기 대비 7.5배 급증했다. 90년대생, 20대들의 플렉스(FLEX) 문화가 '샤넬 오픈런'이라는 기이한 현상까지 이어진 것이다.
명품 매장에서 거침없이 명품을 사는 20대 가운데 일부는 부모님 카드를 들고 나타난다. 한국 경제 성장의 수혜를 고스란히 받고 부를 일군 60년대생 부모의 부를 이전받아 명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20대 명품 매장 VIP의 대부분은 부모 카드로 명품을 산다.
하지만 대부분의 20대는 주머니가 얇아 300만원, 500만원 미만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명품을 찾는다. 롯데멤버스의 '명품 쇼핑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의 명품 구매품목 1위를 차지한 것은 반지갑(34.2%)이었다. 카드지갑(25.1%), 운동화(23.1%)가 각각 2,3위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저가 명품이 주요 쇼핑목록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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