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앓아누운 화웨이, 삼성전자 큰손고객 목록서 빠졌다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김성은 기자 | 2020.05.17 16:25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올 1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5대 매출 지형을 바꿨다. 중국 IT(정보·기술) 공룡 화웨이가 빠지고 일본 통신사 소프트뱅크가 빈 자리를 채웠다. 화웨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외에 미중 무역분쟁 후폭풍 등 겹악재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용 메모리 구매를 크게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상반기 이후 화웨이 첫 제외


17일 삼성전자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1~3월 5대 매출처에 애플(미국), AT&T(미국), 도이치텔레콤(독일), 소프트뱅크(일본), 버라이즌(미국) 등이 올랐다. 5개사의 매출이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13%를 차지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삼성전자의 중국 최대 고객사인 화웨이가 빠진 게 눈에 띈다.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에서 탈락한 것은 2018년 2분기에 처음 이름을 올린 뒤 1년9개월만이다.

화웨이의 부진으로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도 30%대에서 24.5%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18년 상반기 30%를 돌파하면서 미국시장 매출을 첫 추월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화웨이의 올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17% 줄어든 4900만대에 그쳤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2월 대다수 제조공장이 줄줄이 가동 중단되면서 화웨이의 메모리반도체 구매량이 크게 줄어든 탓으로 풀이된다. 화웨이의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P40 시리즈'부터 GMS(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만든 미국 상무부의 제재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가 결국 삼성전자 메모리 구입 축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2위 통신사인 AT&T는 삼성 스마트폰을 B2B(기업간 거래) 형태로 구매해 판매한다. 도이치텔레콤은 유럽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로 미국 3위 통신사업자인 T모바일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소프트뱅크는 2015년 한차례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에 이름을 올렸다가 재등장했다.




TSMC 美 공장 가동하면 화웨이 AP 수주 힘들 듯


화웨이의 부진은 포스트 코로나 전략과 미중 무역갈등과 맞물려 삼성전자의 글로벌 사업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 명단에 재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소프트웨어·기술을 활용한 외국 반도체 제조업체의 경우 미국의 허가 없이 화웨이에 반도체칩을 공급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수출규제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화웨이 제재에 다시 나서면서다.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지 못하는 화웨이는 그동안 팹리스(설계전문)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대만의 TSMC에서 미국 기술 기반 반도체를 수급했다. 화웨이는 지난해부터 이미 미국 제재로 인텔, 퀄컴 등으로부터 모바일 기기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나 소프트웨어를 조달받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화웨이가 스마트폰 판매를 단계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 축소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화웨이가 GMS를 탑재하지 못한 것과 맞물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유럽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2%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반도체 부문에서는 TSMC가 미국공장을 신설하는 등 대미(對美)관계를 강화할 경우 애플과 퀄컴, AMD 등 대형 고객사의 파운드리 물량을 수주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2030년까지 파운드리 부문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삼성전자 '비전 2030'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TSMC 공장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후속 발표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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