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투자 변방의 아시아, 이제 주류지역으로 부상"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20.05.18 08:31

[2020 새로운 10년 ESG] 11-<1> 제임스 로버트슨 UN PRI 홍콩 대표 인터뷰

편집자주 |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전 세계 인구 77억9000만 여명의 절반이 넘는 43억 여명이 아시아에 살고 있고, 주요 수출국 상위 20개국 중 8개국이 아시아에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투자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와 관련해 아시아는 아직 외딴 섬으로 남아 있다.

GSI(글로벌 지속가능 투자협회)가 내놓은 ‘2018년 말 기준 ESG 투자규모 30조7000억달러(약 3경7776조원)’의 통계 역시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호주·뉴질랜드 등 5개 시장의 ESG 투자 AUM(운용자산) 규모를 합산한 수치에 불과하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태국, 베트남 등 주요 아시아 국가는 이 통계 안에는 없다.
심지어 ESG 투자와 관련한 세계 최대의 조직인 UN PRI(유엔 책임투자원칙,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도 관련 통계를 갖고 있지 않다.

제임스 로버트슨 UN PRI 아시아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아쉽게도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Asia - ex. Japan) 지역에서 책임투자 또는 지속가능 투자원칙에 따라 투자된 AUM에 대한 최근 통계가 없다”며 “ESG 이슈를 투자에 통합하기 위해 필요한 비교 가능 시계열 자료가 없는 데다 아시아 지역 특유의 문화적 장벽 등이 ESG 확산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UN(국제연합)의 지원 아래 글로벌 기관투자자와 자산보유기관 등의 ESG 투자 확산을 위해 2006년 4월 설립된 기구가 UN PRI(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책임투자원칙)이다. ESG 투자 확산을 위한 6개 항의 원칙을 일컫는 용어이자 조직의 이름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2800여 기관들이 PRI 원칙에 따르겠다고 서명한 상태로 이들 기관이 거느린 AUM은 총액은 90조달러(약 11경원, 비ESG 투자 포함)에 이른다. 한국에서는 국민연금 등 8개 기관이 이에 참여하고 있다. UN PRI는 아시아 지역의 ESG 투자확산을 위해 2015년 기존에 아시아에서 활동하던 ASRIA(아시아 지속가능·책임투자 협회)와 통합해 홍콩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로버트슨 대표는 “아시아 기관투자자들의 책임투자에 대한 인식과 실행은 느리게 성장해왔지만 최근 1, 2년 사이에 주류로 부각됐고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지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기금 등 자산보유기관들이 책임투자 이행을 약속한 후 점차 적극적으로 투자대상 기업의 ESG 이슈를 개선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데다 ‘ESG 투자는 수익률을 희생시켜야만 한다’는 뿌리 깊은 오해가 알고 보니 잘못된 것이었다는 사실이 각종 학술·전문기관의 연구를 통해 불식되고 있다는 점 등이 긍정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의 국민연금뿐 아니라 일본의 GPIF, 홍콩통화청 등이 위탁 운용사를 선정하고 성과를 모니터링 할 때 ESG 기준을 적용하는 등 역내 기관 투자자들의 ESG 투자를 독려하는 게 아시아 ESG 투자의 특징으로 꼽혔다.

또 상장사들로 하여금 지속가능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아시아 지역 증권거래소들이 늘어나면서 상장사의 ESG 자료의 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아울러 자국을 아시아의 친환경·지속가능 금융 허브로 만들기 위해 각국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금융시스템 개혁 계획들도 아시아 지역의 ESG 투자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를 파악해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글로벌 규제 당국의 연합체인 TCFD(기후변화 리스크의 재무공시를 위한 태스크포스)와 관련, 한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국들이 NGFS(친환경 금융시스템 구축을 위한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기구 네트워크)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점도 아시아가 추후 ESG 투자의 주류 지역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로버트슨 대표는 “규제 당국과 증권 거래소, 산업협회 등이 지속 가능한 금융시스템 구축을 위해 더욱 협력하고 있는 데다 강화된 지속가능 보고서 규제 등으로 아시아 지역의 ESG 투자를 가로막던 장벽들이 허물어질 것”이라며 “아시아 투자자들이 기업의 환경, 사회 등 이슈에 대해 정기적으로 대화하는 데 익숙지 않은 경향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아시아에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유도를 위한 지침)가 확산 되고 있다는 점도 환영할 만하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개별 기업의 ESG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투자자의 개입이 투자자-기업 쌍방에 이익이 되는 데다 주주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 로버트슨(James Robertson) UN PRI 아시아(일본제외) 대표 / 사진제공=UN PRI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
  5. 5 "아이가 화상 입었네요"…주차된 오토바이에 연락처 남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