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먼저 백신 공급" 발표에 발칵 뒤집힌 프랑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20.05.15 07:5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개발 전쟁이 점점 이기주의로 일그러지는 모양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각국간 공조도 제대로 되지 않는 가운데, 프랑스에선 백신 공급을 어디에 먼저 할지를 두고 발칵 뒤집혔다.

/AFPBBNews=뉴스1


"미국 먼저 공급" 佛제약사에 격분한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BBNews=뉴스1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의 세계적인 제약사인 사노피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시 자금을 지원한 미국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까지 나서 격노했다.

발단은 지난 13일 폴 허드슨 사노피 CEO(최고경영자)의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가장 먼저 후원을 했기 때문에 백시 개발이 완료되면 미국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했다.

사노피는 지난달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와 코로나19 백신 공동개발에 들어갔는데, 여기에 미 보건당국이 3000만달러(약 37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이같은 발언에 프랑스와 유럽은 국민의 혈세로 그동안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아온 사노피에 ‘배신감’을 토로하며 분노하고 있다.

이날 프랑스 재정경제부의 아네스 파니에 뤼나셰 국무장관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면서 “금전적인 이유로 특정 국가에 백신을 우선 제공하는 건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도 "코로나19 백신은 세계 공공재"라면서 "백신 접근권은 평등해야 하며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럽까지 프랑스를 거들며 사노피를 공격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접근 기회는 공평하고 보편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허드슨 CEO는 자신의 발언에 사과하면서 미국에 우선 공급하겠다는 발언을 취소한다고 했지만, 상황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허드슨 CEO의 발언에 격노하면서 다음주 사노피 관계자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백신 개발에는 평균 5억달러에서 10억달러(약 6140억원~1조2300억원)이라는 막대한 개발비용이 드는 만큼 자금 지원을 먼저한 측에 백신 공급을 하는 제약업계의 논리도 타당하다고 전했다.


반면, 사노피의 백신이 무에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프랑스와 유럽의 주주, 임직원, 세금 지원 등 혜택을 받아온 만큼 유럽에도 똑같이 공급해야 한다는 프랑스의 논리도 이해가 간다고 전했다. 사노피는 유럽으로부터 연간 1억5000만유로(약 2000억원)의 세제 혜택을 받아왔다.


전세계도 '백신 자국주의'..."세계 공급 대신 우리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러한 백신 자국주의는 전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이는 오히려 코로나19와의 싸움을 더 더디게 만들 뿐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 국가주석과 대화하기 싫다”면서 중국과의 전체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까지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악화에 대해 지난 2월부터 중국탓을 하고 있다.

양국은 코로나19 공조 대신 백신 개발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연말까지 백신을 유통한다는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까지 운용하고 있다.

중국도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8개 중 4개를 유력 후보로 꼽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론커 인베스트먼트의 창업자 브래드 론커는 “중국 관료들은 백신 개발을 자국민들의 건강이나 자부심 뿐만 아니라, 세계에 우수함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과 중국은 서로 누군가는 먼저 백신 개발을 못한다는 점을 염려해야 한다”면서 “백신은 단일 공장에서 생산될 수 없고, 전세계 공장에서 생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세계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문제를 두고 우방인 미국과 독일과의 사이도 갈라지고 있다. 독일 정부는 독일로 향하던 마스크를 미국이 가로채자 “현대판 해적질”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는데, 미 정부가 독일 제약사인 큐어백에 코로나19 백신 자금 지원을 제안하자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장관은 “독일은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영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완료하면 영국부터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영국 보건당국 또한 백신 개발을 가장 먼저 하는데 모든 것을 걸겠다며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개발에 자국 우선 공급을 약속토록 했다.

FT는 백신 자국주의는 지난달 EU집행위원회가 주도한 백신 공급을 위한 자금 후원 컨퍼런스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EU는 백신을 조기에 확보하고 전세계 극빈국까지 평등하게 공급하기 위해 최소 74억유로(약 9조8000억원)를 분담키로 했는데, 여기엔 미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참석하지 않았다. 중국은 참석은 했지만, 정부 장관급이 아닌 EU대사를 보내 관심이 적음을 드러냈다. 당시 EU집행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최근 갈등을 제쳐두고 서로 협력할 것이라고 믿은 우리가 너무 순진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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