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며 시작된 한일 무역분쟁이 다시 갈림길에 섰다. 한국 정부가 일 측에 "5월말까지 수출규제 해결 방안을 내놓으라"며 압박에 나서면서다.
일본이 한국 정부의 요구대로 규제 철회에 나서면 약 1년간 계속된 양국간 무역갈등은 종지부를 찍는다. 반대라면 한일 관계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을 놓고 갈등이 최고조였던 지난해 11월 이전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 정부에 3개 품목과 화이트리스트 문제 해결방안과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5월말'로 답변 시한까지 못박았다.
정부는 일 측에 줄기차게 수출규제 '원상회복'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일종의 '데드라인'을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메시지가 사실상 '최후통첩'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 정책관은 "'이제는 원상회복을 위한 시점이 됐다. 시간을 지연할 필요성은 없겠다'라는 차원에서 (답변 시한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수출규제 원상회복에 대해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 △수출관리 조직‧인력 불충분 등 일본이 제시한 수출규제 사유 3가지가 모두 해소됐다는 이유에서다.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체제로 전환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도 문제 없이 수출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일 측은 별다른 규제 철회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제8차 수출관리정책대화에서 한국 정부는 이같은 제도개선 내용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일본 정부는 한국 측 조치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수출규제 철회에 대해선 의견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한국 정부는 일본 측 입장 변화를 요구하며 답변 시한까지 제시했다. 이는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5월말까지 일본 측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실질적 대응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장 지소미아 종료, WTO 분쟁해결절차 재개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11월22일 양국은 지소미아 종료 직전 조건부 유예 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양국간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재개하면서 WTO 제소 절차도 잠정 정지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와 WTO 제소 등 대응수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11월22일의 조치는 '잠정적'이며, 수출규제 조치를 7월1일 이전 상황으로 되돌려야만 최종적인 지소미아 연장, WTO 제소 철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경우 지난해 11월 잠시나마 봉합됐던 한일관계는 다시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정책관은 일본 측 응답이 없을시 WTO 제소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일본 측 상황, 답변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서 판단할 일"이라고 답했다.
한편 일본 측은 한국 정부의 요구에 대해 확답을 피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1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알고 있으나 발표 하나하나에 코멘트하는 것을 삼가고 싶다"면서 "수출관리는 당국이 국내 기업이나 수출 상대국의 수출관리 등을 종합 평가해 운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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