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 꺾다…'원유감산 치킨게임' 사우디에 무슨 일이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 2020.05.13 06:10
올해 유가 폭락의 중심에 섰던 사우디아라비아가 11일 눈길 끄는 두 가지 소식을 발표했다. 배경에는 정부 재정난이 있다. 이에 따라 석유시장 가격전쟁이 끝난 것도 재확인하게 됐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11일(현지시간) 사우디 정부는 다음달부터 하루 100만배럴의 석유를 추가로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달 산유량도 수요에 따라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사우디의 하루 석유 생산량은 지난달 초 1230만배럴에서 749만2000배럴으로 40%가량 줄어들게 됐다.

이에 대해 RBC 캐피털마켓 글로벌상품 수석전략가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석유 가격전쟁 완전히 끝났다는 추가 신호"라고 미국 CNN에서 평가했다.

앞서 지난 3월 OPEC+(확대 석유수출국 기구)에서 앙대 강국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4월 이후 감산 합의에 실패하자, 사우디가 세계 최저 생산원가를 앞세워 증산을 선언하면서 양국은 '치킨게임'(*마주보고 달리는 자동차처럼 한쪽이 피하지 않으면 서로 피해보는 상황)을 벌였다. 국제유가는 폭락했고 코로나19로 석유 소비까지 20% 넘게 급감하면서 올해 들어 유가는 반토막도 안 되는 상황이다.

이후 지난달 OPEC+가 5~6월 하루 총 97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했고, 이번에 사우디가 스스로 추가 감산을 택했다.

/사진=AFP


세금도 올리겠다


사우디의 추가 감산 배경에는 어려워진 정부 재정 문제가 있다. 사우디 정부 수입 중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데 유가가 추락하면서 올해 1분기에 11조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두바이 MUFG은행의 에산 코만은 사우디 정부가 올해 예산 균형을 맞추러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는 돼야 한다"고 말한다. 브렌트유는 현재 30달러 안팎에 거래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의료비, 부양책 등 쓸 돈이 늘어나면서 정부 적자 폭은 더 늘어날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추가 감산 선언 몇 시간 전 '세금 인상'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도 꺼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사우디는 7월부터 부가가치세(VAT) 세율을 현재 5%에서 15%로 올리고, 공무원들에게 지급해오던 보조금도 6월부터 없앤다. 또 탈석유 개혁 프로그램인 '비전 2030' 관련 사업비와 정부 부처 운영비 등도 삭감했다.

국가적 사업을 일부 미루면서까지 급한 불을 끄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으로 줄어들 지출은 1000억리얄(33.5조원) 정도. 에미리츠 NBD 은행은 이를 감안하면 올해 사우디 정부 재정적자는 GDP(국내총생산)의 13%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해도 당초 예상된 적자폭 6.7%의 두 배 수준이다.

제임스 리브 삼바금융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조치들은 왕국이 직면한 어려움을 강조하는 급진적인 수단"이라면서 부작용으로 이미 어려운 소매 부문에 더한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율 인상은 해외투자를 들이는 데도 장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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