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로 직장을 잃은 노동자가 늘면서 지난달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1조원에 육박했다. 일자리 안전망인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달 통계 작성 이래 최소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3월부터 고용 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한 코로나19 충격이 갈수록 악화하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가 11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20년 4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9933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용보험을 도입한 1995년 이후 가장 많은 지급액이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 3월(8982억원)과 비교해도 1000억원 넘게 늘었다.
지난달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65만1000명이었다. 이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최대다. 실업급여 수급자 중 신규 신청자는 12만9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만2000명 많았다.
산업별로 보면 3만2000명 가운데 숙박음식 종사자가 64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업서비스 5000명, 도소매 4400명, 제조업 4100명 순이었다. 일용가입자가 많은 건설업도 3100명 늘었다. 대면 업무가 많은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는 의미다.
성, 연령별로는 청년, 50대 이상에서 크게 늘었다. 청년과 50대 이상이 숙박음식 등 대면 산업에 많이 종사하고 있어서다. 고용부는 구직급여 수급자가 급증하면서 소요 재원이 당초 올해 편성한 예산(9조5000억원)보다 많은 12조원 후반대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고용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3조4000억원을 추가로 충당할 계획이다.
실업급여 수급자는 고용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통계라 전체 실업 규모를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취업자의 절반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달 전체 실업자는 실업급여 수급자의 두 배인 130만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1377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16만3000명 증가했다. 4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가장 적게 늘었다. 모든 달을 통틀어보면 카드대란 사태가 터졌던 2004년 2월(13만8000명) 이후 최소 폭 증가다.
고용보험 상실자, 취득자는 각각 2만5000명, 12만1000명 감소했다. 취업에 성공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그만큼 적었다는 의미다. 기업이 휴업·휴직을 실시하고 신규채용을 축소·연기한 결과다. 고용부는 기업이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면서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모습이 노동시장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대면 업무 비중이 큰 서비스업 가입자 증가 폭(19만2000명)으로 크게 둔화됐다. 서비스업 가입자 증가 폭은 지난해만 해도 50만명을 웃돈 적이 많았다.
이에 더해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 가입자도 4만명 줄었다. 제조업은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연속 마이너스인데 지난달 감소 폭이 확대됐다. 생산·수출·소비 등 업황 부진으로 자동차, 전자통신 분야 가입자가 가장 많이 줄었따.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코로나19와 세계 경제의 전례 없는 위축으로 고용 위축은 4월에도 계속되고 있고 빠른 회복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며 "고용안정 특별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해 고용안정과 취약계층 생계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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