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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격변의 6년━
이 회장은 2014년 5월1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총수 역할을 맡아왔다.
이 기간 삼성은 대격변을 겪었다. 삼성전자는 2017~2018년 메모리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맞으며 2년 연속 인텔을 누르고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8년 하반기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력 제품이 하락하는 위기를 맞았고, 지난해에는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인텔에 내줬다.
2016년 말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로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돼 삼성은 1년여간 총수 부재 사태를 겪어야 했다. 이같은 총수의 사법 리스크는 3년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 끝나지 않았고,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다른 재판도 이어지며 사법 리스크가 삼성의 발목을 잡았다. 이 부회장은 조만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삼성의 경영권 승계 논란과 관련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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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뉴 삼성' 닻 올려…'과감한 신사업 도전' 키워드━
이 부회장은 "2014년 회장님(이건희 회장)이 쓰러지시고 난 뒤 미래 비전과 도전 의지를 갖게 됐다"며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뉴 삼성을 실현할 핵심 키워드로 '과감한 신사업 도전', '전문성, 통찰력을 갖춘 경영', '미래를 이끌 인재 영입'을 제시했다.
주력사업인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반도체보다 발전 가능성이 큰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비약적 발전을 추진할 방침이다.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른다는 삼성의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이 부회장은 앞으로 10년간 100조원을 반도체 투자에 쏟아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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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M&A 시계…대규모 인수합병 재개하나━
2016년 한 해 동안 1000억원이 넘는 M&A만 6건을 성사시켰으나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은 인수합병이 연 2~3건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인수한 기업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으로 총수의 사법리스크가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가로 막았다는 진단도 들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사실상 손을 놨다는 얘기까지 나왔다"며 "하지만 이 부회장이 뉴 삼성을 공식화한 만큼 이제 1조원 이상의 대형 M&A도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이나 전장(전자 장비) 부품, 바이오, 5세대 이동통신(5G), QD(퀀텀닷)디스플레이, 시스템반도체 등을 우선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분석한다.
노화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장은 "삼성이 '반도체 비전 2030' 달성하기 위해선 유망한 해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인수가 필수적"이라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삼성이 메모리 공정기술을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지만 팹리스는 미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이 이 부회장을 서포트하는 내부 조직을 관리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며 "미래 기술과 시장을 제대로 예측하고 삼성의 기술 로드맵을 전략적으로 세울 조직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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