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경기불안해도 국내 설비투자 증가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 2020.05.08 12:10

[소프트 랜딩]중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 등으로 국내 설비투자 증가

편집자주 |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경기의 충격이 드러나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1.4%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3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3%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1.0% 줄었으며, 특히 자영업자들의 생계와 연관성이 높은 서비스업생산은 –4.4%나 감소했다. 최근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1% 상승하는데 그쳤으며, 한국경제의 핵심인 수출도 지난 4월에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4.3%나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3월부터 반영되기 시작했고 전 세계 경제 충격이 본격화한 것이 최근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나오게 될 경제지표는 지난 1분기보다 더 악화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

실제로 최근 미국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코로나19의 충격으로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이 연율 환산으로 무려 –30~-40%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예컨대, 골드만삭스는 -34%, JP모건은 -40%, 바클레이스는 -45%를 각각 전망하고 있다. 물론 3분기에는 성장률이 20% 가까이 반등할 것이라고 하지만 경기 반등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런데 흥미로은 것은 국내외적으로 경기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도 국내 투자와 관련한 지표들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기업의 생산 시설 등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월 대비 7.9% 늘었고 전년 동월 대비로도 9.8%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 보면 전기 대비 –3.5%로 연말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6.5% 늘었다.

부문별로 보면 지난 3월 기계류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8.1%, 전년 동월 대비로는 12.1% 늘었고, 운송장비는 전월 대비 7.2%, 전년 동월 대비로는 3.8% 각각 증가했다. 이는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시작했음에도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지 않았고, 더불어 기업의 설비투자도 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4월 말 발표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적으로 보더라도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7.6% 늘어나 2018년 1분기 이후 2년 만에 첫 플러스 증가율을 나타냈다.

실제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낸 서비스업과 달리 국내 제조업은 꽤나 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4.6% 늘었고, 전년 동월 대비로도 7.1% 증가했다.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74.1%로 전월의 70.7%에 비해 3.4%포인트 상승했고, 지난해 3월의 71.7%에 비해서도 3%포인트 높았다. 업종별로보면 자동차 생산은 전월 대비 45.1% 크게 늘었고, 반도체 등의 전자부품도 12.7% 증가했다. 반면 의복이나 화학제품은 –12.5%, -3.4% 각각 감소했다.

특히 대표적인 경기선행지표인 기계수주 증가율은 이례적인데 지난 3월 국내 기계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12.2% 증가했다. 지난 1월과 2월에도 각각 22.8%, 21.7%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위기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서도 기계수주는 두 자릿수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분기 전체 기계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18.3% 늘었고, 공공에서 79.6%, 민간에서 15.5% 늘어 공공과 민간 분야 모두 기계수주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기계수주 증가율은 –10.0%로 저조했다.


특히 지난 3월의 기계수주는 제조업보다는 비제조업 부문에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45.6%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제조업뿐만 아니라 비제조업 부문의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설비투자와 기계수주의 확대는 결국 향후 경기 반등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으며, 특히 한국경제와 밀접한 중국경제의 회복 가능성과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강력한 봉쇄조치 등이 사실상 해제 단계에 들어간 중국 경제의 경우 2분기부터 본격적인 반등의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지난 4월 30일에 발표된 중국의 4월 제조업 PMI(제조업 구매관리지수)지수는 50.8을 기록했는데 전월 52.0와 시장 예상치인 51.0을 소폭 하회하긴 했지만 향후 경기위축 우려보다는 경기반등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PMI지수는 기준치 50을 기준으로 이를 상회하면 경기확장을, 하회하면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여기에 중국의 수출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나타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5% 증가해 3월의 -6.6% 감소에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설문조사를 통햬 예상한 수출실적은 –11.0% 감소였다.

게다가 오는 5월 21~ 22일 그동안 연기됐던 양회가 개최되는데 여기서 추가적인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2분기 이후 중국에서 본격적인 경기 부양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대미문의 코로나19 경제 충격 속에서도 설비투자를 지난해와 달리 적극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한국경제 회복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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