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깨는' 사람들…짠 금리에 떠나고, 코로나에 돈 찾고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 2020.05.07 15:23
금리 메리트 없는 '은행 돈' 계속 찾았다/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제로금리, 코로나19(COVID-19) 시대가 본격화한 지난달 은행에 맡긴 돈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 0%대 예·적금 이자에 실망한 데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현금이 필요해서다. 일부는 '동학개미운동'에 동참하려 예·적금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적금 잔액은 나란히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예금 잔액은 649조6198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7079억원 줄었다. 적금 잔액은 38조369억원으로 전월대비 199억원 감소했다.

시중은행 주요 예·적금상품 금리가 0.7~0.9%대 수준으로 떨어져 '금리 메리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1000만원을 1년간 맡기면 고작 7만원의 이자가 붙는 셈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0.75%로 정하고 제로금리 시대가 현실이 되면서 은행들은 3~4월 수신상품 금리를 연달아 내렸다.

그러자 신규 가입, 만기 고객의 재가입이 뜸해진 데다 중도해지하는 고객까지 속속 생겨났다. 지난 3월 기준 5대 은행 예·적금 중도해지 금액은 11조1527억원, 건수는 81만3155건을 각각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은행 돈을 빼가는 고객도 많아졌다. 장사가 어렵거나 무급휴직 등 이유로 자금 사정이 빠듯해서다.


신드롬처럼 번진 '동학개미운동'도 예·적금 이탈을 불러왔다. 이는 폭락한 주식 시장을 기회로 보고 뛰어든 움직임을 가리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 창구에서 투자할 돈이 필요해 해지한다는 고객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언제든 돈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 잔액까지 감소했다. 지난달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521조1273억원으로 전월대비 1조3649억원 줄었다.

고객 이탈이 현실로 다가왔지만 은행으로선 뾰족한 수가 없다. 향후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고금리 특판' 등을 내놓기도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은행마다 매니아 심리를 자극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이색상품으로 마케팅 활동에 나서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선택한 프로야구 구단의 우승 여부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프로야구 정기예·적금'을 출시해 인기를 모았다. 우대금리를 더하면 최고 연 2.8%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펭수로 앞면을 디자인한 '펭수 적금통장'으로 '펭클럽'(펭수 팬클럽)을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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