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이 이제 초등 저학년 아이들 일찍 재워야 한다"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05.06 14:30

"코로나 1차 방어선은 가정…매일 아침 자녀 건강 살펴야"
[인터뷰] 강류교 서울시보건교사회 회장

강류교 서울시보건교사회 회장. © 뉴스1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학교와 교육당국이 등교 개학 이후 책임지고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하는 것은 맞지만, 학교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각 가정이 '1차 방어선' 역할을 해내야만 합니다."

강류교 서울시보건교사회 회장(서울 성수초 보건교사·53)은 6일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가정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다수 학교가 1명의 보건교사에게 의존하고 있고, 일부는 보건교사가 배치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 가정에서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감염병이 교실에 침투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의 역할이 막중해진 상황이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1~2학년을 고2·유치원생과 함께 '1단계' 등교 대상으로 묶어 오는 20일부터 대면수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가정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 보호자의 조력 여부에 따른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을 우선 등교 대상이 포함시켰다.

강 회장은 "가정에서 매일 자녀의 건강을 살피고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등교시키지 않는 것이 학교 방역의 첫단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 회장과의 일문일답.

-교육부는 전체 학교의 99% 이상이 방역 체계 구축을 마쳤다고 밝혔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기본적으로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감염예방 지침에 따른다. 현재 대부분 학교에서 마스크 확보, 일시적 관찰실 마련, 급식실 아크릴판 설치, 손소독제·체온계·기구소독제 등 물품 확보·비치 등 작업은 완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연휴가 끝난 6일부터는 본격적인 보건교육이 시행된다. 각 학교에서 온라인 교육 자료를 마련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Δ등교 전 Δ등교 시 Δ등교 후 등 상황에 맞춰 행동 요령을 교육하게 된다. 방역 물품 확보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는데, 감염병 예방의 성패는 사실 보건교육에 달린 문제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우선 등교 대상에 포함된 데 따른 우려가 나오는데

▶우선 마스크 착용을 어려워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데 유증상자나 의심환자가 아니면 면마스크나 덴탈마스크를 써도 무방하다. 교사의 지도에 따라 초등학교 1~2학년도 마스크 착용에 금세 익숙해질 것이다. 등교 개학 연기 이후 돌봄 교실 운영을 지켜본 결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날씨라는 변수가 있지만, 결국 상시적으로 환기를 한다는 가정하에 필터 점검 등을 철저하게 하면서 에어컨을 가동하게 될 거다.

지난달 29일 서울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원격수업으로 공부하고 있다. 2020.4.2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학교 여건상 안전거리 확보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거리두기'를 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은 든다. 서울 지역에만 전교생이 1000명이 넘는 초등학교가 200여곳이나 있다. 보통 한 반에 30명이 넘는다. 학생 간 거리를 1m라도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학생 개개인이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데, 가정에서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가정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각 가정이 감염병 예방의 1차 방어선이 돼야 한다. 매일 아침 반드시 자녀의 체온을 측정하고 호흡기 증상을 살펴야 한다. 설사를 했는지, 메스꺼운 느낌이 들지는 않는지 등 폭넓게 관찰하는 것이 좋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학교에 보내지 않아야 한다.

또 당분간은 자녀를 일찍 재우는 것이 좋다. 면역력은 수면 시간에 회복이 된다. 등교 개학 이전에 손씻기, 양치질, 손소독제 사용, 마스크 착용 등에 대해 자녀에 숙지시키는 것도 좋다. 갑자기 환경이 달라지면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할 수 있다.

-학교 방역을 위해서는 보건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데.

▶아직도 전국적으로 약 20%의 학교에 보건교사가 배치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임시방편으로라도 의료인력을 빠짐없이 배치하는 게 우선이고, 궁극적으로는 예산을 투입해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학생수가 1000명이 넘는 과대학교의 경우 최소한 2명은 필요하다. 서울 지역 200여개 과대학교 가운데 보조 인력을 추가로 배치한 곳은 86개교에 불과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학교 보건 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 관찰실을 일반 교사가 담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문제는 없나.

▶보건교사가 보건실과 일시적 관찰실을 동시에 관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일반 교사가 맡을 수도 있지만,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가령 초등학교 저학년은 열 조절 중추 발달이 덜 돼 갑자기 체온이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다.

교실 한 바퀴만 뛰어도 체온이 37.4~37.6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화가 나서 체온이 오르는 경우도 있다. 이때 의학적 지식이 없으면 코로나19 증세로 착각하고 당황할 수 있다. 등교 개학 이후 혼란을 줄이려면 결국 의료인력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

-보건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 외 우려되는 점이 있나.

▶학생 1인당 보건용 마스크를 2장씩 비축하게 돼 있는데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또 초등학교 4학년만 돼도 소형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데 일부 학교에는 중·대형 마스크가 거의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공적마스크 판매와 관련해 학교 만이라도 여건에 맞게 따로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열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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