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소방·수사당국에 따르면, 이번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로 무려 48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이번 대형 화재사고에서는 줄곧 지적됐던 공사현장 안전 위협 문제들이 또 다시 반복됐다.
◆무리한 동시 공사= 대표적인 게 동시 공사다. 당국은 공사현장 내에 우레탄폼 작업 중 발생한 기름증기(유증기)와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 중 튄 불꽃이 결합해 순식간에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연성 물질을 다루는 공사와 용접 등 발화 우려가 있는 공사를 병행해 대형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지난 2008년 역시 이천에서 발생했던 냉동 물류창고 화재, 지난 2016년 경기 김포 주상복합 건물 화재도 동시 공사가 주된 사고원인이었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도 동시 공사가 원인이다. 당시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전기, 도장, 설비 등 분야별 9개 업체 78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시공사가 손해를 보지 않고 공사 속도를 내기 위해 9개 업체가 동시에 공사를 진행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제성만 따지는 시공= 그동안 공사현장 화재사고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던 샌드위치패널과 우레탄폼은 이번에도 사용됐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집어넣은 재료로 주로 외벽을 만들 때 쓰이며 우레탄폼은 단열재다.
두 건축재가 화재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지만 경제성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쓰이고 있다. 저비용인데다 공사기간을 줄이는 데에도 샌드위치패널과 우레탄폼만한 게 없어서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시공할 경우 공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국의 형식적 안전관리·감독= 당국의 허술한 공사 안전 관리·감독도 문제였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이번 공사와 관련 두 차례 서류심사와 네 차례 현장심사를 진행해 매번 화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공사 공정율이 75%에 달했던 지난달까지도 용접작업과 샌드위치패널·우레탄폼 작업에 따른 화재 발생을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했다.
시공사 측이 보완조치 없이 공사를 이어간 게 사고의 핵심원인이지만 당국도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했던 셈이다. 하지만 당국의 이렇다할 강력한 사후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점검도 없이 소방안전점검 필증도 발부됐다.
◆솜방망이 처벌로 재발 허용= 솜방망이 처벌도 안전에 대한 기업과 사업주의 안일한 인식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 앞서 이번 사고와 판박이인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해당 기업과 대표에 각각 20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현장 소장과 방화관리자 등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적 사각지대도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가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고도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사업주가 피해자 측과 합의할 경우에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으로 처벌이 가벼워지는 사례가 많았다. 따라서 이런 사각지대를 예방하거나 보완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나 불시조사를 통해 안전관리 미비시 사업주를 처벌하는 소방법 개정안 등의 입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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