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수장 의혹' 남편, '무기징역→살인 무죄' 반전의 이유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 2020.05.01 07:30
사진=이지혜

아내가 탄 자동차를 고의로 바다에 추락 시켜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1심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남편은 2심에서 어떻게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을까.

광주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무신 김동완 위광하)는 지난달 21일 박모씨에 대한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이 박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본 까닭을 의혹별로 판결문에 따라 정리했다.




의혹 ① 남편이 일부러 승용차를 밀었다?


박씨는 1심부터 '후진하던 중 추락방지용 난간을 박아 이를 확인하려고 혼자 차에서 내렸는데 잠시 뒤 차가 바다 쪽으로 떨어져 버렸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입증하고자 박씨 측은 현장검증을 신청했다. 1심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심은 이를 받아들여 사고 당시와 최대한 같은 조건에서 검증을 펼쳤다.

이 현장검증 결과가 무죄의 핵심 키가 됐다. 실험 차량을 난간으로부터 0.5m 떨어진 곳에 중립 기어 상태로 세워뒀을 땐 운전자가 내리거나 조수석에서 사람이 움직여도 차량이 움직이지 않았고, 1.5m 떨어진 곳에 세워뒀을 때는 운전자가 브레이크에서 페달을 떼자마자 차량이 내려갔다.

그런데 1~1.2m 떨어진 곳에 세워둔 상태로 진행한 실험 중에는 운전자가 내리고 운전석 문을 닫을 때까지는 차량이 상당 시간 동안 내려가지 않다가 조수석에 탑승한 사람이 상체를 들어 올리는 움직임을 취하자 차량이 경사면을 따라 내려갔다. 즉, 박씨 주장이 현실화될 수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재판부는 "현장검증 결과 등을 보면 '박씨가 밀지 않고서는 이 사건 승용차가 바다에 추락할 리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박씨가 승용차 밖으로 나간 뒤 조수석에 누워있던 피해자가 상황 확인을 위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고, 이 움직임에 따라 차량이 움직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혹 ② 보험금을 노린 계획적 살인이다?


검찰은 아내가 사망할 경우 박씨가 받게 될 보험금이 약 17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근거로 박씨가 보험금을 노려 아내를 계획 살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박씨 권유로 새로 체결한 계약의 보험료 합계액은 기존에 피해자가 유지하다 해지한 보험료 합계액보다 적은 점 △박씨 직업이 보험설계사였고 그의 직장은 설계사가 모집한 계약의 보험료가 많을수록 급여도 많아져 보험료를 높게 하는 것이 피고인과 피해자에 꼭 불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박씨에게 살인이라는 극단적 타개책을 모색할 정도로 급박한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던 점 등을 이유로 검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계획 살인으로 보기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고로 위장하고자 하는 계획 살인이었다면 피해자가 확실하게 사망하는 결과가 달성돼야 하고, 그렇다면 범행 장소나 실행 방법을 사전에 치밀하게 탐색하는 준비가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이 사건 범행 방법에는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우연한 요소가 많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최우선적으로 범행 장소에 CCTV가 존재하는지 살펴야 했는데 박씨가 당시 이 동네 CCTV 존재 여부를 알고 있었다는 점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박씨가 이 범행을 계획하고 있었다면 차량을 운전할 줄 아는 피해자가 난간 충격 후에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자 박씨를 따라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변수가 배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승용차 기어가 중립상태이고 사이드브레이크가 잠기지 않은 상태였던 점에 대해선 '단순 실수'일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씨가 30년 정도의 운전경력이 있다는 점이 인정되기는 하나 본디 사고는 순간의 부주의로 일어나는 것"이라며 "운전경력이 긴 운전자라고 해 기어를 중립 상태에 뒀는지 주차 상태에 뒀는지 혼동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의혹 ③ 물이 빨리 차게 하기 위해 차량의 뒤쪽 창문을 열어둔 것이다?


사고 차량은 조수석 뒤쪽 좌석 창문이 7cm가량 열린 상태였다. 박씨는 냄새가 나 환기를 위해 열어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차량 안으로 물이 빠르게 차도록 박씨가 열어둔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승용차는 무거운 엔진이 있는 앞쪽부터 가라앉으므로 조수석 뒤쪽 좌석의 창문을 열어놓는 것이 승용차의 침몰시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피해자의 탈출 시간을 지연시키려는 계획을 세웠어야 하는데 사고 당시 승용차 문은 잠겨 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의혹 ④ 구조 요청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논란이 된 건 동네 CCTV였다. CCTV에는 사고 발생 후 박씨가 비교적 늦은 속도로 이동하다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박씨의 구조행위가 없었다고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고 직후 박씨가 동네 주민 A씨에게 구조를 요청할 때 입고 있던 옷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물에 젖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면 박씨는 느리게 이동하던 구간을 통과할 무렵 추운 겨울 바다에 들어갔다 나와 지친 상태였을 것으로 보인다"며 "CCTV에는 A씨에게 구조요청을 마친 박씨가 다시 승용차가 있던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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