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은 '우리가 어떤 민족이냐, 배달의 민족이다'라는 언어유희적 광고 프로파간다로 은근히 민족기업임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서글픈 사실은 이미 이 회사는 수년 전부터 자본성격으로만 보면 중국계 회사로 변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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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요와 경쟁…지난해 적자가 매각 앞당겨━
배민은 지난해 매출이 5654억원으로 전년보다 79.8% 성장했다. 하지만 전년에 525억원이던 영업이익은 마케팅 경쟁이 벌어지면서 영업손실 364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경쟁사인 요기요와 마케팅 경쟁을 계속 벌인다면 쿠팡이나 티켓몬스터, 위메프가 그랬던 것처럼 매출이 커져도 출혈마케팅으로 한동안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이른바 '속이 곪아가는' 성장이 불 보듯 뻔했다고 예상할 수 있다.
지난해 골드만삭스 PIA를 비롯한 다수의 배민 주주들은 한국 배달시장을 60% 가량 과점한 점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워 회사 매각에 나섰다. 본래 기업 매각 시 가치평가는 통상 EBITDA(상각 전 이익)를 근거로 한 현금창출력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10년 이내에 유니콘이 된 배민 같은 신시장 성장 기업은 주가매출비율(PSR)로 평가를 대신한다. 비용이 고정비를 상쇄할 수준에 미치지 못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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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합병, 사실은 DH가 통째로 인수━
배민 87% 주주인 자본투자가들은 회사 매각 대상을 다국적 기업 DH(딜리버리히어로)로 정했다. 하지만 이 거래는 사실 반대로 얘기해 한국시장에서 점유율 30%짜리 '요기요'를 운영하는 DH가 60% 점유율에 육박하는 배민을 통째로 먹었다고 보는 게 맞는 표현이다.
배민 87% 인수가격은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로 책정됐다. 김봉진과 창업 경영진이 가진 13% 지분은 추후 DH 지분으로 바뀐다고 발표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배민 100%를 상장사인 DH 지분으로 바꿔준다는 얘기다. 현금을 주지 않고 상장 특권을 활용해 합병해서 DH 지분을 준다는 얘기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시장에서 지분을 팔고 나가면 되기 때문에 현금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배민 투자가 지분 87%와 김봉진 등 지분 13%를 나눈 까닭은 2가지다. 첫째는 김봉진 등이 DH라는 기업의 파트너(지분 임원)로 일단 남는다는 사실을 밝혀 이른바 '먹튀'가 아니란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일정 기간 아시아 총괄로 머문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건 구실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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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진도 사실 지분 1조에 판 거래━
일반적인 M&A에서 피합병 기업 창업주 경영진을 2~3년 회사에 남기는 것은 사실 묶어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이다. 곧바로 현금으로 보상할 경우 이들이 나가서 또다시 비슷한 회사를 만들고 재차 경쟁상대로 성장할 수 있어서다. 큰 가격에 사줬으니 일정 기간 합병된 회사에 남아서 봉사·헌신하라는 얘기다.
둘째는 배민 자본투자가보다 높은 지분가치로 김봉진 등의 13%를 사줘서 매각에 불만이 없도록 하고 거래가 더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협조하게 하려는 조치다. 이른바 차등가격 지불이다. 골드만 등은 이번 매각을 통해 400억원(2014년)을 투자해 5년 만에 약 20배인 8000억원을 회수할 기회를 잡았다. 골드만 이후에 투자한 자본투자가들 역시 최소 3~5배의 자본차익을 누릴 기회가 눈 앞에 왔다.
김봉진 등 창업 경영진이 자본 투자가 지분기준으로 보상받을 경우 이번 딜로 인해 회수할 수 있는 돈은 72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13%에는 분명히 차등가치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김봉진 등은 약 1조원 이상의 현금회수가 기대된다고 본다.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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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는 없다…6조 낸 DH, 수수료로 본전 찾아야━
플랫폼 사업자인 배달앱은 3가지로 돈을 번다. 광고와 배달수수료, 이용수수료 등이다. 지난해 배민은 자신들이 받는 광고나 수수료보다 자신들을 알리는 마케팅 비용이 더 커서 적자를 냈다. 하지만 2018년에는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5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실현하기도 했다.
DH는 이 점을 높이 샀다. 우선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시장 조건이 발생한다면 이익 레버리지가 월등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배민이 그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했던 배달 및 이용 수수료를 요기요 수준으로 높인다면 수익 창출력이 배가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모바일 음식 배달 시장 자체가 2017년 2조3000억원대에서 2018년 4조7000억원대로, 지난해 6조원대로 급속히 커진 것은 예상을 확신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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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이미 넘어가...수수료 인상은 정해진 약속━
DH와 배민 합병 계약은 지난해 12월 13일에 공표됐다. DH는 주주 간 계약에 따라 김봉진 등과 50대 50으로 싱가포르에 합작사(JV)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의 노하우로 아시아 11개국 시장에서 국가마다 비슷한 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김봉진의 현금수익 뿐만 아니라 차후 경영 퇴로까지 열어준 것이다.
하지만 주목할 부문은 배민 기존 경영진이 아니라 남은 한국시장에 관한 문제다. 12월 계약에 따라 배민 주도권은 사실상 DH가 갖게 된 것이다. 한국 규제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합병 건을 승인해야 모든 자본거래는 완료되지만 계약에 따라 경영권은 이미 DH에게 상당 부분 '주주간 계약'으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 따라 배민이 지난 4월 초 '이용 수수료' 체계를 변환해 수수료를 사실상 올린 것은 이들 거래 상대방 사이에서 체결된 '계약'에 따른 프로토콜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국적 자본인 DH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2월부터 한국 사회를 강타한 코로나19 확산이다. 영세한 음식 자영업자들이 매출 폭락으로 허덕이고 있던 시기에 정해진 바 그대로 시행된 수수료 부과 시스템은 이른바 '정무적 감각'을 요구할 수 없는 무생물 체계에 불과했다고 지적할 수 있다.
상인들 불만과 비판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언론이 들끓었고, 정치인들이 나섰다. 그런데도 기존 배민 경영진은 변명을 일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 까닭은 12월 계약에 의해 이제는 이해관계가 달라져서라고 볼 수 있다. 배민을 운영하는 주체는 더 이상 한국인이라고 볼 수 없기에, 한국적 정서를 강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적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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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공정위..."배민 없이 못사는" 정보독점 지적━
배민 합병 건 심사를 하는 공정위도 이런 사실을 수수료 논란 과정에서 명확히 파악했다. 공정위는 그간 "경쟁제한성, 소비자 효율, 혁신을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최근 수수료 논란 이후의 태도 변화는 가히 전향적이다.
공정위가 내건 새 판단 잣대는 '정보 독점'에 관한 것이다. 배민이 가진 매출 점유율은 보기에 따라 쿠팡 등 이종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경쟁제한성 미달의 것이지만 음식점 정보나 소비자 정보 등에 관한 독점력은 시장 경쟁을 저해할 독점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공정위 판단대로 '배민의 난'이 벌어진 이후 전화주문이 늘자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부 음식점들이 오히려 배민 없이 장사가 안된다며 아우성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음식점들의 배민 의존성은 역설적으로 관련 정보 독점체계를 증명하는 요인이 됐다.
공정위도 급성장하는 시장을 해외 자본에 독점적으로 내줄 경우 관련 음식업 종사자나 소비자가 그에 종속되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심각히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건 시장을 규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련 영역의 경제적 주권을 소비자와 시장 종사자들에게 되돌리는 판단의 문제란 뜻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요금체계 개편은 깃발꽂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합병이슈와 무관하다"며 "오픈서비스 개편은 인수합병 발표 전에 공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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