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리포트]'배민의 난'…주역은 김봉진 아닌 중국 자본

머니투데이 세종=박준식 기자, 유선일 기자 | 2020.04.30 06:00

[공정위리포트]배달의민족<상>

편집자주 | 공정거래위원회가 관여하는 기업집단과 시장거래 사건의 전후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2020.4.6/뉴스1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배달수수료 체계를 올린 처사는 이른바 '배민의 난(亂)'이라 불릴 만했다. 음식 자영업자들에 그간 친화적인 태도로 성장한 배달의민족(법인명 우아한형제들)이 역병으로 소상공인이 가장 힘든 시기에 어려움을 가중할 수수료를 올리고 어불성설로 대처하다가 철퇴를 맞은 사건이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걸 단지 배민이 그동안 쌓은 신뢰를 배신한 처사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사실상 독과점 체계를 이루고 나서 자본의 논리가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할까. 그간 행태와 상반되는 행동은 물론이고 누구나 지탄할 만한 시기에 우스꽝스럽게 꼬리를 내릴 짓을 왜 밀어붙였냐는 의문이다. 배민의 성장 과정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인수 결정 배경, M&A(인수·합병) 승인 전망을 2회(상·하)에 걸쳐 분석해본다.


다국적 첨단자본이 키운 배민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2020.4.6/뉴스1

이 문제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배민은 그해 11월 말 미국 첨단자본의 상징 골드만삭스로부터 400억원(3600만 달러)을 투자받는다. 증권사인 골드만삭스는 단순 중개(Brokerage)뿐만 아니라 투자은행(IB)이란 명목으로 자기자본 투자에도 나선다. 배민에 투자한 부서는 PIA(Principle investment area)란 팀으로 홍콩에 근거를 두고 이른바 성장형 투자(Growth capital) 전략을 쓰던 곳이다.

골드만은 과거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던 시절 SSG(Special situation group)란 부서를 통해 벌처펀드 전략으로 수천억원을 벌어갔다. 그런데 SSG 핵심 인물이 독립하고 한국이 안정화하자 투자전략을 사건주도형(Event driven)에서 성장 중심형으로 전환했다.

PIA도 과거 시절에는 하나금융투자 등에 수천억원 단위를 투자해 돈을 벌었지만 대표가 바뀌고 나서는 본사 지원이 쉽지 않자 전략을 바꿨다. 뉴욕 본사가 페이스북 투자로 이른바 '대박'을 낸 것처럼 수백억원 단위로 투자를 줄여 될성부른 벤처를 유니콘으로 키우는 전략에 매진한 것이다.


지분 주고 적자탈피…해외가 알아본 성장성


복잡한 투자체계는 차치하고, 이제 세계 최고 IB가 어떤 형식의 투자로 얼만큼 수익을 내는지를 배민을 통해 엿볼 수 있다. 2014년 말 배민은 전환상환우선주 23만여주(19.74%)를 내주고 골드만으로부터 400억원을 받았다.

배민이 이전까지 본엔젤스파트너스, 알토스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등 벤처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돈은 144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벤처기업이라 부를 수 있었으니 우선은 회사 규모를 중견 수준으로 키울 엔젤 투자 자금을 받아온 셈이다. 실제 이 회사 매출(영업수익)은 2011년 창업 이후 4년 만에 291억원(2014년)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4년간 매출 확대에 집중한 나머지 그해 영업손실은 150억원에 달했다. 추가 투자유치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골드만은 4년 만에 약 300억원까지 덩치를 키운 능력을 높이 사 배민에 400억원이라는 매출 보다 많은 뭉칫돈을 투자했다. 물론 비슷한 시기(2015년)에 부동산 중개앱 직방에도 380억원을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위험을 분산했다.


신선식품 배달업 확장…자본과 협업 시너지


배민은 400억원을 수혈받아 잠식된 자본을 늘리는데 성공했고, 오히려 유보금이 남자 2015년 신선식품 배달업 벤처 덤앤더머스(현 우아한신선들)를 115억원에 인수하는 과단성을 보였다. 동시에 신선식품을 배달할 새로운 벤처 계열사도 '우아한청년들'이라는 이름으로 50억원을 들여 설립했다.

골드만은 자금을 대고, 배민은 새로운 업종확대 아이디어를 내서 양사는 시너지를 냈다. 그리고 배민에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위력을 더할 직배달 시스템이라는 새 성장동력이 생겼다. 이런 파괴력은 경쟁사들을 압도했고, 외형확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 해가 지나 2015년 말 기준 매출은 495억원으로 전년보다 70.1% 급증했다. 예상했던 시너지가 나면서 고속성장이 가시화한 것이다.


배민은 2016년 매출 849억원에 처음으로 영업이익 25억원을 냈다. 이듬해 매출은 162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익도 217억원이나 발생했다. 그러자 유니콘 기업 가능성을 눈여겨본 자본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2016년 중국 힐하우스캐피탈(570억원), 2017년 네이버(350억원) 등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유니콘을 찍어내는 골드만의 눈과 브랜드를 투자시장이 재확인한 셈이다.

2018년에는 매출이 3145억원으로 역시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그러자 성장을 확신한 중국 힐하우스가 싱가포르투자청과 세콰이어캐피탈 등과 함께 3600억원을 추가로 2018년 말에 투자했다. 성장 속도가 해마다 2배씩 커지는 수준인 것을 확신하고 매출보다 큰 금액을 베팅한 셈이다.


8년 만에 유니콘 성장…87%는 외자



배민은 2019년을 기준으로 확실한 유니콘이 됐다. 창업 10년 이내의 스타트업이 기업가치 조단위 이상인 기업이 된 것이다.

문제는 폭발적인 성장 과정에서 매출을 늘리고 사업확장을 벌이기 위해 외부자본을 파격적으로 끊임없이 받아들여 왔다는 것이다. 2019년 말 기준 창업주인 김봉진 대표이사 개인 지분은 9.89%밖에 남지 않았다. 배민의 단일 최대주주는 중국 힐하우스캐피탈로 'Hillhouse BDMJ Holdings Limited'란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18.02%를 확보했다. 사실상 창업주보다 2배 많은 지분을 가진 셈이다.

이밖에 싱가포르투자청이 'Broad Street Investments Holding (Singapore) Pte. Ltd.'라는 법인명으로 김봉진에 육박하는 9.69%를 가졌다. 2014년에 20% 가까운 지분을 확보했던 골드만까지 10%대 이하 대주주로 지분이 희석된 셈이다.


자본 투자가 위주 지분구성…매각 불가피



회사주주가 전략적 투자자(SI) 위주가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FI)로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배민은 불안한 운명에 처했다. 기업을 영위해 배당을 받으려는 주주는 소수이고, 지분 매각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자본투자가가 더 많아져서다. 이런 상황에선 회사 매각이 불가피하다.

자본투자가들이 수백억~수천억원 뭉칫돈을 수십 년 간 배당만으로 회수할 수는 없어서다. 이를테면 한국 국민연금도 대체투자 시장에서는 FI 성격을 가진다. 투자금을 5년 안팎에 회수해야 국민들 노후자금으로 나눠줄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2019년 배민이 적자전환 하리란 예상은 지분 투자자들에게는 불안한 소식이었다. 거품이 터지기 전에 회사를 넘겨야 제값을 얻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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