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의 통합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ON) 출범을 통해 e커머스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졌다"며 2014년부터 롯데그룹의 미래 방향으로 '옴니채널'(omni channel)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지 6년만이다. 쿠팡, 이베이, 위메프, 쓱(SSG)닷컴 등에 대한 추격을 본격화하며 e커머스 주도권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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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옴니채널' 6년 전부터 강조...절치부심 끝 '롯데온' 출범 ━
유통업계에서는 명실공히 국내 최대의 오프라인 유통강자 롯데가 그룹 역량을 롯데온에 집중, e커머스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존 e커머스 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가 일상화된 시점에 롯데온이 등장하면서 쿠팡, 이베이, 쓱닷컴 등이 주도해온 e커머스 시장의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을 책임지는 롯데쇼핑이 e커머스 사업부를 설립한 것이 2018년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롯데가 뒤늦게 부랴부랴 2년동안 준비해 롯데온을 온라인 반격 카드로 내놓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니다.
신 회장은 이미 2014년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옴니채널'이라는 생소한 키워드를 세상에 들고나와 디지털 변혁을 강조했었다.
당시 신 회장은 "롯데의 온-오프라인 두 강점을 모두 활용해 옴니 채널이라는 새 트렌드의 주역이 돼야 한다"며 "온라인 구성비를 크게 확대해 다양한 고객의 요구도 놓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었다. 이후에도 수차례 그룹 안팎에 이른바 '옴니채널'론(論)을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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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난'에 사드 보복 등 잇단 돌발 악재로 주춤...내부 '오프 헤게모니'도 높은 벽━
그런데 그 후 그룹에 대형 돌발 악재가 발생했다. 2015년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장기간 '형제의 난'에 들어가면서 공격적으로 펼치려던 신규 사업은 올스톱 됐다. 이 과정에서 롯데의 옴니채널 확대 전략도 실기(失期)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과 국정 농단 사태까지 터지면서 내부 조직 추스르기에도 바빴다. 그러는 사이 온라인 쇼핑 신흥 강자인 쿠팡과 티몬, 위메프, 11번가 등 e커머스 업체들은 날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심지어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3월 온라인 통합법인 쓱닷컴을 출범하며 e커머스 공략에 나선 반면 롯데는 e커머스사업 방향성도 없고, 의욕도 없다는 쓴소리도 들어야했다.
백화점, 마트 등 각 사업부 경영진들이 자기영역 지키기에 골몰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헤게모니가 온라인으로의 급속한 패러다임 전환에 걸림돌이 됐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왔다.
신 회장은 이에 따라 지난해말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와 사업부통합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신 회장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그룹 인사에서 대표이사 약 40%를 젊은 리더들로 교체한 것도 디지털화의 일환이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신 회장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면서 그와 그룹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제거됐다. 신 회장은 올 초 20년 만에 롯데쇼핑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고,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유통BU장)에게 전권을 맡기며 롯데온에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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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4O'와 '초(超)개인화'로 승부수...1만5000 점포 시너지로 3년내 20조 매출 목표━
다소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롯데온이 가진 강점은 아직 충분하다. 실제 온라인 기반 쇼핑몰들이 막대한 물류 투자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롯데는 그룹 내 1만5000여 오프 점포 연계와 3900만 회원망, 그룹 내 택배 배송 인프라를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 롯데온 사전 전략 설명회를 연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 대표는 "롯데온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며 지속해 나갈 생각이지, 적자를 내면서까지 사업할 생각은 없다"며 "제 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도 안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O4O(온라인 포 오프라인)와 초(超)개인화 양대 전략이 롯데온 자신감의 기반이다. 롯데온은 3년 내에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고, 손익분기점을 넘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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