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바닥 뚫는데 정유株는 70% 폭등…왜?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20.04.28 11:15
국제 유가 9주 연속 폭락 영향으로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하락한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1,397원, 경유 1,197원에 판매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저유가 쇼크로 정유 업체들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반대로 주가는 최대 70%까지 반등했다. 업황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향후 업황 개선을 기대하며 투자에 나선 영향이다.

증권가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2분기 이후 정제 마진 개선으로 실적도 나아질 것이란 분석이 있는 반면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에너지 수요 위축과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경우 정유 업체들의 실적도 악화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오전 11시 기준 S-Oil 주가는 전일 대비 2700원(3.78%) 떨어진 6만8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도 전일 대비 1100원(1.13%) 하락한 9만6500원에 거래 중이다.

국내 정유 업체 중 첫 실적 스타트를 끊은 S-Oil이 1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발표하면서 정유주 전반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날 S-Oil은 1분기 영업손실이 1조7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역대 1분기 중 최악의 실적이며 4700억원 손실을 예상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였다.

지난달 국제 유가의 급락으로 정유 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예상된 상황이었지만 현실은 더 참담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달 배럴당 40달러 중반에서 20달러 초반대로 급락했고 유가 하락은 정유 업체들의 손실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정유 업체의 손익 계산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재고자산과 래깅효과다. 재고자산은 현재 보유 중인 원유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고 래깅효과는 원유 매입 시점과 이를 가공한 제품을 판매한 시점과의 가격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1분기 S-Oil의 평균 래깅 정제마진은 배럴당 -5.1달러로 지난해 4분기 배럴당 평균 10.2달러 대비 크게 악화했다.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인 것이다.

유가 하락은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수요 위축과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서 WTI 5월 선물은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하기도 했다.

S-Oil의 어닝 쇼크로 주요 정유 업체들의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운다. 국내 정유 4사(S-Oil,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의 1분기 총 영업손실이 4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손실 전망은 7555억원으로 2000억원 손실을 예상한 1달 전 보다 적자 예상 규모가 확대됐다. 최근에는 8000억원에서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어두운 전망이 이어지는 데도 최근 주가는 크게 반등했다. S-Oil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지난달에는 코로나19 충격과 유가 폭락의 여파로 주가가 각각 27.2%, 49.3% 급락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이후 반등해 현재 S-Oil은 저점 대비 40% 이상 반등했고 SK이노베이션은 70% 가까이 올랐다.

과대 낙폭에 따른 기술적 반등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2분기 이후 업황 개선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개인만 대거 몰린 원유 ETN(상장지수증권)과는 달리 정유 종목은 개인과 기관 중심으로 매수세가 컸다. S-Oil에는 이달 들어 기관 자금 878억원 어치가 순유입됐고 SK이노베이션에는 개인 자금 502억원 어치가 들어왔다.

실적과 반대로 움직이는 주가에 대해 우려 섞인 시각도 나온다. 업황이 바닥에 이르렀고 주가에는 이미 악재가 다 반영됐다 해도 유가 수급 개선이 예상보다 지체될 경우에는 정유사들의 손실 확대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가는 3월 평균대비 배럴당 약 15달러 하락한 상태로 유가 상승이 없다면 2분기에도 대규모 재고 관련 손실이 추가될 것"이라며 "정제마진도 항공유와 가솔린의 글로벌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단시일 안에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2분기부터 실적은 다소 개선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원유 구입 비용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1분기 대규모 적자의 원인이 된 역래깅(래깅 : 원유를 수입, 정제해서 제품으로 판매하는 사이에 발생하는 시차효과) 효과가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Oil의 2분기 실적은 재고 평가 손실 감소와 5월부터 대폭 낮아진 OSP(원유 공식판매가격)로 점진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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