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예고된 미래

머니투데이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이사 | 2020.04.28 04:58
“세계 인구를 자발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자연이 우리를 위해, 그러나 야만적으로 그 일을 할 것이다.” 30년 전 모리스 스트롱이 지구정상회의에서 한 말이다. 당시 지구인구가 과도히 증가해 기후변화와 종다양성의 상실을 우려해 한 말이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17세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멸종 위기, 인간을 보호하라”고 외치지만 지금 인간은 기후변화가 아닌,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에 의해 멸종 위협(?)을 받고 있다.
 
원래 전염병은 인간이 농경생활과 함께 야생동물을 가축화하는 과정에서 동물로부터 전파됐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세균의 전파 요건으로 첫째, 인간의 농경생활로 인해 인구밀도가 10~100배 높아졌다는 점. 둘째, 도시의 발생으로 조밀한 인구와 더 열악한 위생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 그리고 세계 교역의 발달로 세균도 쉽게 이동하게 됐다는 점을 들었다. 사실 천연두가 2세기에 ‘안토니우스병’이라는 이름으로 로마제국을 휩쓴 배경엔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잇는 교역이 자리잡고 있다. 페스트가 흑사병으로 14세기 유럽을 강타한 데는 실크로드 등 동서양의 왕성한 교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팬데믹은 자주 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단 한번 오면 인류의 삶을 뿌리째 바꿔놓는다. 1929년 대공황의 원인은 생산과잉이었으므로 생산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방법으로 극복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는 실물 위기였으므로 실물을 증산하고 가격을 안정시키면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의 불균형이 원인이었으므로 각국은 양적완화를 통해 해결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위기다. 바이러스가 금융을 마비시키고, 공장을 세웠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및 사회적 핵심어는 ‘단절’이다. 사람이 만나지 않고, 상품이 이동하지 않는다. 글로벌 공급망은 완벽히 붕괴됐다. 금과옥조처럼 여긴 세계화 대신 탈세계화(Deglobalization)를 넘어 로컬(local)이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이미 미중 무역전쟁이나 브렉시트를 경험했지만 각국이 ‘자국우선주의’로 돌아서면서 효율성보다 위험분산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리쇼어링(Re-shoring·본국 회귀)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돼 있어 각국 정부가 적극 추진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제조업과 농업을 전략산업으로 자국에서 육성하고 효율성을 중시한 규모의 경제보다는 위험분산으로 ‘단절’로 인해 발생할 리스크를 줄이려 할 것이다. 금융과 제조업에서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돼버렸다. ‘언택트’(Untact·비대면)는 유통은 물론 금융의 가장 중요한 채널로 자리잡을 것이다. 심지어 교육(온라인강의 등)과 노동(재택근무 등)까지 사회 전반을 근본부터 바꿀 것이다. 팝가수 마돈나는 코로나19는 부자인지, 얼마나 유명한지, 어디 사는지, 몇 살인지 따지지 않기 때문에 ‘위대한 균등자’(the great equalizer)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것이 지나간 뒤 ‘바뀌지 않은’ 기업들은 도태할 것이고, ‘바뀌지 않은’ 사람들은 불균등에 놓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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