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17개월째 안놓는 검찰…한계 봉착했나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 2020.04.24 06:00
서울중앙지검/사진=이정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약 17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특수수사는 보통 길어야 3~4개월인데 1년 넘게 이어지자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23일 김종중 옛 삼성 미래전략식 전략팀장을 불러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합병 의혹에 관해 조사했다. 전날인 22일에는 김태한 삼바 대표를 불러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9개월만에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의 삼바 수사는 지난 2018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 분식회계 혐의로 삼바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현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됐다.

삼바가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당하기까진 우여곡절이 있었다. 금감원은 2016년 삼바의 회계처리가 국제회계기준(IFRS)에 부합한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2년 뒤인 2018년 증선위는 수차례 감리위원회를 열고 논의한 끝에 삼바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을 뒤집었다.

금감원이 결론을 뒤집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고발이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김태한 삼바 대표와 관련 회계법인 등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의혹을 묶어 조사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바의 기업가치가 크게 반영된 바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같은 합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해졌다고 의심한다.

증선위의 검찰 고발 이후 수사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검찰은 연일 삼바 관계자들과 옛 삼성 미래전략실 실무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삼성그룹 경영승계 의혹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부터 조사한 바 있어 수사는 어렵지 않게 돌아갔다.

하지만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해 5월 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후 추가 조사를 거쳐 2달 뒤인 7월 두 번째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이마저도 기각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거 투입되면서 수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긴 했으나 두번이나 영장이 기각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후 검찰 인사가 단행됐다.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이후 첫 인사가 지난해 8월 이뤄지면서 삼바 수사를 지휘하던 송경호 부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승진해 특수수사를 총괄 지휘하게 됐고 삼바 주임검사였던 이복현 검사가 특수4부장으로 승진해 수사를 계속 진행했다.

하지만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검찰측은 계속해서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삼바측은 지난 두 차례 영장 기각 이후 실무자급 소환조사도, 자료요청도 없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지난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던 삼성그룹 경영승계 관련 뇌물 혐의 사건 결과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법원의 최종 유무죄 판단을 보고 처분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 이후에도 검찰은 삼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법무부는 올해 초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축소하겠다며 직제를 개편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경제범죄형사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과 억지로 짜맞추려다 보니 수사가 무기한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권 승계 의혹은 박영수 특검팀 때 수사기간 부족으로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부분들을 재수사하는 것에 불과한데 지나치게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미 증선위에서 몇차례 검토를 거쳐 결론을 내 고발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간이 너무 길다는 분석이다.

검찰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거부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영장까지 청구한 사건을 불기소한 사례는 없었다"면서 "검찰은 이번에 어떻게든 기소하려 할 것"이라면서 "범죄 혐의점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억지로 법리를 적용하려 하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다른 형사사건 변호사는 "일반 형사사건도 검찰은 3개월이 지나면 미제사건으로 분류해 빨리 처리하려고 하는데 특수수사가 이렇게 오랜 기간 이뤄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범죄사실만 핀셋식으로 뽑아내 수사한다는 특수수사의 기본원칙에 반해 범죄 혐의점이 드러날 때까지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고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 부회장과 스킨십을 계속하는 현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처분 시점을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경제계 코로나19 대응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과 고용창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지 않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고 이 부회장은 2년전 약속했던 투자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현정부와 삼성이 친근함을 과시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당장 처분을 내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바측은 현재 검찰 수사에 대한 무리한 대응은 삼가고 차분히 재판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분식회계 의혹 관련 법적 대응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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