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PD가 봐야할, '제대로 사과하는 법' 5단계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20.04.23 13:20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실 여부를 떠나 저의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오랜 시간동안 아픔을 잊지 못한 피해자 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김유진 프리랜서 PD는 '학교 폭력' 의혹에 대해 22일 이렇게 사과했다. 진심으로 사과하겠다, 죄송하단 말을 수차례 했으나 여론은 차가웠다. 가장 중요한 게 학교 폭력을 저질렀는지인데, 왜 그걸 빼놓고 얘기하냐는 거였다. 이에 제대로 사과하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학폭 의혹이 불거진 김유진 프리랜서 PD. 그리고 김 PD의 예비 신랑인 이원일 셰프./사진=이원일 인스타그램
김 PD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 주장한 A씨도 같은 입장이었다. 그는 "사실 여부를 부정하는듯한 사과문을 올렸지만, 내게는 아직까지도 연락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면 김 PD는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사과하기 위해 어떻게 말을 건네야 했을까. 김창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제대로 사과하는 법(현대자동차그룹 기고)'과 HSG 휴먼솔루션그룹의 '사과를 제대로 하는 법', 저서 '내 사과가 그렇게 변명 같나요?', '당신, 왜 사과하지 않나요?' 등을 통해 이를 알아봤다.



1단계 : 뭘 잘못했는지가 없다



'학교폭력' 의혹에 대한, 김유진 PD의 자필 사과문./사진=이원일 인스타그램

가장 흔히 범하는, 잘못된 사과 유형이다. 뭘 잘못했는지 밝히지 않은 채 사과만 하는 것이다.

김 PD의 사과문도 그랬다. 뭘 잘못했는지 하나도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 '사실 여부를 떠나'라고 했다. 과거에 어떤 학교 폭력이 있었는지, 거기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 사실 여부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빼놓고 사과한 것이다.

과거 대한항공도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같은 실수를 범했다. "그 어떤 사죄의 말씀도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대문짝만하게 썼지만, 구체적인 사과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김창기 전문의는 "사과하는 법의 첫 단계는, 내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전적으로 지겠다는 정직한 자세, 그리고 비난을 수용하는 겸허한 태도"라고 했다.



2단계: '사족'은 뺀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사과할 때 이런 말은 빼는 게 좋다. 이를 들은 상대방은 "핑계를 대는구나", "실상은 별로 미안하지 않구나", "별 문제 아닌데 억지로 사과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이 같은 자기 정당화는 상황을 더 안 좋게 만들 수 있다.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기는 커녕, 더 상처를 깊게 만들 수 있다.

이경민 HSG 휴먼솔루션그룹 연구원은 "'아무런 조건 없이 OO한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표현이, 사과의 진정성을 높여준다"고 조언했다.



3단계: 말로만 사과?



사과를 하면서 어떻게 책임을 질지, 정확하게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단지 말로만 하는 사과는 미흡하단 얘기다. 상대방 입장에선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현실적이고 적절한 보상을 받았다고 느껴야 분노가 누그러질 수 있다.

예컨대, 식당에 갔는데 음식물에서 이물질이 나왔을 경우 사과와 함께 "그 음식에 대한 값은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다. 누군가 옷에 커피를 쏟았다면, "세탁 비용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하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지난해 8월,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해 제품 제조, 판매사 관계자들이 피해자들에게 첫 공식 사과를 하며 구체적인 보상 방안은 빼놓고 얘기해 비판이 일기도 했다.



4단계: 공감과 후회, 재발방지 대책


그 다음은 진정한 반성이다. 피해자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면서,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한 진심 어린 후회를 전해야 한다.

김창기 전문의는 "이해하지 못하는, 그렇지만 피해자가 알고 싶어하는 사실들에 대해서도 성실히 답변을 해줘야 한다"며 "이때 따라오는 비난도 당연히 감수해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재발을 막기 위한 말까지 덧붙여야 한다. 사과엔 다신 이런 일을 만들지 않겠단 약속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잘못을 통해 뭘 배웠고, 이제부턴 어떻게 행동할지 다짐하는 것이다. 그 약속을 하면서, 앞으로 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5단계: 용서와 화해는 강요하는 게 아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더 나은 관계와 미래를 위한 화해 제안, 간절히 용서를 바라는 건 사과의 가장 마지막 단계다.

김창기 전문의는 "사과의 목적인 '용서 요구'는 사실 사과를 받는 사람에겐 별 의미가 없다"며 "그보단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명과 구체적인 대책 제시가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용서 좀 해줘"하고 강요하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 그건 사과하는 이가 할 말이 아니라, 사과를 받는 이의 몫이다. 용서와 화해는, 사과를 한 뒤 자연스런 과정으로 남아야 한다. 사과를 하기 위한 시간도 필요한 법이다.

'내 사과가 그렇게 변명 같나요?'의 저자 마스자와 류타는 "'인상이 남지 않는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다', 이것이야 말로 사과가 추구해야 할 도착 지점 중 하나라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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