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도 빌리 아일리시도 '온라인' 무한경쟁 시작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20.04.22 05:49

코로나19 시대 ‘문화 콘텐츠’ 온라인 거리좁히기…기술 최적화에 아이디어 차별화 고민 "일시적 방편 아닌 장기적 해법"

방탄소년단 RM 유튜브 라이브 갈무리.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학에서 외국 유학생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들은 코로나19로 장기간 ‘휴업’에 들어갔다. 대학 측에서 ‘온라인’ 강의를 제안받자, 몇몇 강사는 새로운 디지털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수업을 그만두는 일도 벌어졌다. 수입이 반 토막 난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거나 더 많은 수익을 거두며 기회를 노리는 쪽은 ‘온라인 적응자’들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온라인 강의 등 교육을 비롯한 문화 콘텐츠 생산과 소비는 일시적 방편을 넘어섰다.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가 지나간 뒤에도 일상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상당수 콘텐츠들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여서’ 즐기는 문화는 이미 ‘각자’ 향유하는 모양새로 탈바꿈했다. ‘언택트’(untact, 비대면) 시대에 ‘온택트’(ontact, 떨어져 있어도 연결)하는 물결이 ‘뉴노멀’(새로 부상한 표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최근 온라인 자선 콘서트 '원 월드: 투게더 앳 홈'에 참여한 테일러 스위프트. /사진=유튜브 캡처

◇‘언택트’에서 ‘온택트’로…무한의 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관계’

이를 확실하게 보여준 최근 움직임이 온라인 자선 콘서트 ‘원 월드: 투게더 앳 홈’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WHO), 자선단체 글로벌 시티즌과 함께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기금 마련을 위한 이 ‘온라인 무대’에 엘튼 존, 스티비 원더, 레이디 가가, 테일러 스위프트, 셀린 디옹, 빌리 아일리시 등 톱 가수 100여명이 집에서 영상을 찍고 유튜브로 중계하는 방식으로 세계인들과 만났다.

협업 곡은 각자의 공간에서 부른 뒤 편집하는 방식을 따랐다. 한국 가수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아이돌그룹 슈퍼엠은 각자 요리나 운동을 하다가 ‘위드 유’(with you)를 함께 불렀다.

‘온택트’의 성공 방정식을 구현한 주인공은 그룹 BTS(방탄소년단)다. 지난 18, 19일 유튜브 공식 채널 ‘방탄TV’를 통해 공개한 온라인 스트리밍 축제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약 24시간 만에 조회수 5059만 건을 기록했고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224만 명을 훌쩍 넘겼다.

기존 콘서트와 팬미팅에서 보여준 공연 실황을 묶어 콘서트처럼 꾸민 무대에 팬들은 열광했다. BTS 멤버 진이 “공연 중 음식물 섭취가 가능하고 자리 이동도 괜찮다”고 운을 떼면서 분위기는 현장보다 더 자유롭게 연출됐다.


팬들도 화답했다. 실시간 채팅, 해시태그 등으로 현장감을 살렸고 옆 ‘좌석’에 BTS 인형을 두는 기발한 응원법으로 콘서트를 즐겼다.

무엇보다 ‘온택트’ 문화에 걸맞은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창조함으로써 ‘대세 문화’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전 세계 응원봉(아미밤)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영상 오디오 신호에 따라 아미밤의 색깔이 달라지는 기술을 적용했다. 팬들이 마치 한곳에 모여 응원하는 문화를 이끈 셈이다.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아이디어 경쟁 시대

클래식 공연과 전시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무대가 코로나19로 공연을 취소한 상황에서 대체재로 온라인 공연을 선보였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빈 국립오페라단, 베를린 필하모닉 등이 매일 한 편씩 설명 등을 곁들여 유튜브로 보여준다. 현장에서 비싼 티켓을 구하지 않고도 생생한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도 관객 없는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에서 오르간 연주자와 단둘이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 5곡을 불러 유튜브로 공개했다. 이 영상은 3200만 조회수를 넘어섰다.

관객 없는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에서 오르간 연주자와 단둘이 공연하는 안드레아 보첼리. /사진제공=DECCA RECORDS

파리 루브르 박물관, 로마 바티칸 박물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등은 가상 투어를 통해 미술 관람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고 싶은 전시명을 클릭하면 실제 미술관에서 관람하는 재미 이상으로 입체적인 관람이 가능하다.

국내에선 휴관 중인 미술관들이 온라인으로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다. 일찌감치 가상현실(VR) 전시감상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비나미술관은 지금까지 총 29회의 전시를 VR로 제작했다. 지난 3월 VR 조회 수는 전달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모두의 소장품’은 전시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의 특징인 ‘무한’을 이용해 설명에다 전시 참여 작가 인터뷰 등 전시 설치 전 과정을 공개했다.

◇‘거리두기 시대 거리좁히기’…온라인에선 더 가깝게

국립현대무용단은 온라인을 통해 현대무용의 매력을 알리는 작품뿐만이 아니라 셀프 영상, 홈트레이닝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무용수 25인의 셀프 영상 프로젝트인 ‘혼자 추는 춤’은 2분 분량의 무용으로 오는 28일까지 네이버TV와 유튜브를 통해 만날 수 있다.

5월 13일부터 5주간 공개되는 ‘유연한 하루’에선 홈트레이닝 콘텐츠로 스트레칭부터 현대무용의 다양한 동작까지 쉽게 배울 수 있다.

손흥민(가운데) 선수가 축구공으로 스트레칭하는 법을 영상을 통해 시연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손홍민 선수와 ‘국민체력100’ 사업의 운동처방사가 함께 축구공을 이용해 간단히 ‘집콕’ 운동을 소개하는 온라인 콘텐츠도 나왔다. 축구공을 이용한 스트레칭과 실내 운동 동작을 손홍민 선수가 직접 설명하고 시연한다. 이 영상은 22일부터 유튜브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가대표에게 배우는 집콕운동’ 콘텐츠는 체조종목의 양학선, 여서정 선수의 영상에 이어 배구 종목의 이다영, 이재영 선수 등도 동참한다.

한 공연 전문가는 “대세로 떠오른 ‘온라인’에선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대한 차별화 고민이 오프 무대보다 더 치밀하게 요구된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문화 영역에서도 온라인 무한 경쟁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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