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감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여러 가지 크기의 입자를 통해 전파가 가능하다. 크기에 따라 입자의 지름이 5~10μm 보다 크면 ‘비말’, 5μm 보다 작으면 ‘비말핵’ 혹은 ‘에어로졸’로 정의한다. 에어로졸은 연기나 안개처럼 기체 중에 고체 또는 액체의 미립자가 부유하고 있는 입자를 총칭하는데, 그 크기는 0.0001~5μm 정도다.
상대적으로 큰 비말은 중력으로 인해 감염원으로부터 2m 이내의 거리에 대부분 떨어진다. 비말이 이동하는 거리는 대화, 기침, 재채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이중 재채기는 가장 멀리 비말을 보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비말에 의한 감염은 비말을 직접적으로 흡입하거나, 접촉 매개물(가령, 비말이 묻은 문고리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거쳐 간접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반면, 에어로졸의 경우 더 멀리 이동한다. 미국 MIT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함유한 에어로졸이 7~8m 가량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보건당국이 권장하는 2m 거리 두기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JAMA Insights, 2020).
또 최근 중국 군사의학과학원 연구진은 병원 중환자실의 공기 표본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바이러스가 환자로부터 최대 4m까지 전파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Emerging Infectious Disease,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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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졸에 포함된 바이러스가 감염성 있는지 확인해야━
공기전파 여부를 규명하려면 우선 다양한 크기의 에어로졸에 포함되어 있는 바이러스가 감염성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감염성의 정량지표로 최소감염량(minimum infectious dose)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이는 한 개체를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의 최소 입자 수를 의미하며, 최소감염량이 적을수록 감염성이 높다.
바이러스의 최소감염량은 바이러스의 농도, 노출 시간, 숙주의 면역상태, 바이러스의 병원독성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예컨대, 에어로졸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공기 중에서 멀리 이동할 수 있지만, 에어로졸에 포함된 바이러스 입자 수는 그만큼 적어지고 감염성은 떨어진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바이러스 농도와 노출 시간이 감염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실험 조건 설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하지만 실제 환경처럼 열린 공간에서는 공기 흐름의 속도, 방향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까지 고려해 감염성을 판단해야 한다. 에어로졸에 포함된 바이러스 입자 수, 배출 방법, 에어로졸 액체의 점도에 따라 달라진다. 비말 형태로 배출되더라도 수초 내에 증발에 의해 크기가 작아져 감염원으로부터 더 멀리 이동할 수도 있는데, 이 과정도 습도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을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바이러스의 공기전파 가능성을 규명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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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공기전파 된다 VS 안된다━
미국 연구진은 코로나19가 에어로졸에서 3시간, 무기물 표면에서는 2~3일간 생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NEJM, 2020). 또 코로나19 환자 2m 이내 공기 표본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RNA를 발견했다는 연구도 있다(medRxiv, 2020). 그러나 이들 연구는 인공적인 조건 하에서 도출된 결과라는 점에서 실제 생물학적 환경을 완벽히 반영하지는 못한다.
실제 환경에서 공기전파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현재까지 공기로 전염된다고 알려진 감염성 질환은 홍역, 수두, 천연두, 결핵 4종류 뿐이다. 홍역 바이러스의 경우 감염된 어린이가 잠시 머물렀던 병원 대기실을 2시간 후에 다른 어린이가 방문하여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한국에서 코로나19의 공기전파 가능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아직 없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실패했던 사례를 보면 추정은 가능하다. 유흥업소, 종교시설, 학원 등 폐쇄공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의 무감염자들과 교류한 경우에 바이러스가 전파된 사례도 있지만, 홍역, 결핵과 비교해볼 때 전염율은 현저하게 낮다. 이러한 사례들은 코로나19가 비말에 의한 직접 혹은 간접전파로 전염된다는 WHO 주장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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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전파 되더라도 KF80 이상 보건용 마스크로 예방 가능━
비말전파 혹은 공기전파 여부와 상관없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는 여전히 가장 현실적인 개인 보호수단이다. KF80 보건용 마스크는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고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의 미세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걸러낼 수 있다. 공기전파가 지름 5μm 보다 작은 에어로졸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를 의미하고, KF80 마스크가 평균 0.6μm 크기의 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설령 코로나19가 비말전파보다 더 위험한 공기전파로 전염된다고 가정할지라도 KF80 마스크는 여전히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되는 셈이다.
또한 면 마스크 착용도 큰 사이즈의 비말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감염을 감소시킬 수 있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시간당 평균 20차례 얼굴을 만지는 습관이 있는데, 면 마스크와 보건용 마스크 모두 오염된 손에서 비롯되는 전염을 막는 효과도 있다. 마스크 착용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스크 관리 수칙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의 반복적인 탈착 과정에서 마스크 바깥 면을 손으로 접촉한다. 마스크 바깥 면에는 바이러스를 비롯한 온갖 미세입자들이 축적되어 있고, 코로나19는 비생체 무기물 표면에서 3~72시간까지 생존할 수 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메르스 바이러스 그리고 인플루엔자와 같은 급성감염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에서 재빨리 증식하고, 숙주의 면역반응이 활성화되는 2주 이전에 탈출해서 또 다른 숙주를 감염시키면서 살아가는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다. 유증상자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사람에 대한 2주 격리는 이런 과학적 근거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치료제 개발이 늦어지더라도 코로나19 전염병은 개인위생 준수,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대책에 자발적으로 협조하는 시민의식이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다.
출처=글|안광석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연구위원·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바이러스면역학), 그림 | 김혜원 서울대 생명과학부 연구원 편집 | IBS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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