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지원폭을 늘린 새 유턴법이 올해 3월 시행됐지만 실효성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해외 인건비 상승으로 현지 철수를 결정한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려고 해도 더 높은 인건비 벽에 부딪히는 등 풀어야 할 매듭이 한 둘이 아니다. 코로나19(COVID-19) 국면에서 유턴기업이 마주한 벽을 뚫기 위해선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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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로 돌아온 기업 68곳…유턴법 7년 초라한 성적표━
유턴 기업의 분포나 유턴 이후 조업 현황을 살펴봐도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유턴기업 68개사 중 일자리 창출이나 투자여력이 큰 대기업 유턴은 울산에 친환경 전기차 배터리 부품 공장을 세운 현대모비스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중견기업 7개사, 중소기업 60개사로 유턴 효과가 적은 중소기업에 치우쳤다.
특히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에서 정상조업을 시작한 유턴기업은 38개사에 그쳤다. 유턴 기업 지원을 신청했지만 정작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해 신청을 철회하거나, 아예 문을 닫은 곳도 4개사나 된다. 이렇게 유턴 기업 38개사가 창출한 일자리는 1271명. 지난 7년간의 성적표치곤 합격점을 주기에는 힘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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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업 10곳 중 2곳만 "한국으로"…인건비 벽 높은 한국 매력↓━
신흥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유턴을 생각하는 기업들도 막상 더 높은 한국의 인건비와 중소기업 구인난을 고려하면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을 접기 일쑤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한국이 아닌 제3국으로 생산기지를 돌리는 기업들이 많다.
코트라(KOTRA)가 2018년 해외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현지철수를 고려 중인 기업 43개사 중 단 8개사만이 국내 유턴을 검토했다. 전체의 18.6%만 한국 유턴을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한 셈이다.
이처럼 해외 설비의 한국 이전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 당시 조사에서 '인건비 등 생산비용 증가'를 이유로 꼽은 기업이 22개사(52.1%)에 달했다. 특히 이 이유를 고른 기업 중 7개사는 '적절한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해외 인건비 상승과 현지 규제 강화를 이유로 한국 유턴을 하려고 해도 국내 노동환경이 이를 받아주지 못하는 것이다.
국내 유턴을 위한 지원에 대해선 기업 12개사(27.9%)가 '고용지원'을 선택했다. '법인세 같은 세금감면'도 7개사(16.2%), '투자보조금 지원'은 6개사(13.9%)가 필요한 지원책이라고 꼽았다.
결과적으로 국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직접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정부도 유턴 기업에 대해 2년간 1인 720만원씩, 최대 100인(7억2000만원)까지 인건비를 지원해주고 있지만, 현장이 원하는 수준과는 여전히 온도차가 크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자국 기업 유턴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발표하는 외국 사례를 보면 살짝 법을 고쳐서 내놓는 지원책 정도로는 유턴 기업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유턴 기업 유치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분담하고, 유턴법 전면 개정과 함께 기업활동을 막는 각종 규제들을 동시에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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