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이 일안하고 싸우는 이유 알고보니…

머니투데이 강주헌 , 이원광 기자 | 2020.04.20 05:51

[the300][대한민국4.0, '대변혁'으로 가자][1회-하]국회 발목 잡는 '선진화법'과 '인사청문회법' 바꿔야

편집자주 | 대한민국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 국민들은 전대미문의 위기 속 생존을 걱정한다. 더 이상 예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 정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다가오는 미지의 세계를 준비해야한다.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한다. 타락한 진영의식 때문에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된 정치·경제적 과제, 계층·계급·진영간 심화된 대립·대결 구도와 사라진 사회적 대타협, 모두가 동의하면서도 눈앞의 이해관계 때문에 중·장기 과제라는 딱지를 붙여 밀어놓은 개혁 이슈…. 이제 대한민국이 모두 모여 미뤄놨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과제를 논의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대한민국4.0, 대변혁으로 가자고 제언한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지난해 4월26일 새벽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안건 법안제출을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 중인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019.4.26/뉴스1




개헌빼고 다 할 수있는 180석 여당…낡은 틀부터 180도 바꾸자


몸싸움만 일삼던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제정된 국회 선진화법. 이름은 '선진화'지만 여전히 진영 갈등의 근원이 되고 있다. 20대 국회는 선진화법 규정에 기대어 정책법안 논의에 발목을 잡거나 법 자체를 교묘히 피하는 '꼼수'가 판쳤다. 20대 국회가 이 선진화법 문제만 해결해도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있다.

선진화법의 핵심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날치기' 제한이다. 다수의 힘을 막을 수 없을 때 본회의장 점거 등 물리적 다툼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이를 위해 국회는 2012년 선진화법을 제정하면서 법안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제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도입, 국회폭력 금지 등의 조항을 포함했다. 자칫 아무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식물국회'를 막기 위해 신속처리안건 지정이라 불리는 패스트트랙 제도도 만들었다.

여야 간 대립이 첨예한 법률 통과 시 정족수의 60% 이상(재적 5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최장 330일에 걸쳐 심사하고, 심사 기간이 끝나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식물국회', '동물국회' 모두 연출됐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나만 옳은 타락한 진영의식 앞에서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선진화법은 법을 유리하게 이용하는 '꼼수'에 허울만 남았다.


◇정략적 판단에 '왔다갔다'…누굴 위한 선진화?

선진화법은 태생부터 정치적 기술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았다. 선진화법은 18대 국회 막바지 새누리당(현 통합당)이 주창해 통과됐다. 곧 치르게 될 2012년 19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본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면 정국주도권을 내줄 가능성을 우려했다.

19대 총선 결과를 열어보니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했고 스스로 발목을 잡아버린 꼴이 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 후반기였고 '미래권력'인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찬성 의사를 밝혔고 법안이 통과됐다.

2015년 말 선거구획정안, 노동법과 테러방지법 등 통과를 원하는 새누리당이 선진화법에 막히자 선진화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의석을 합치면 과반이 넘는 구도가 만들어졌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2017년 3월에 한국당을 제외한 정당들을 중심으로 다시 선진화법 개정 목소리가 나왔다. 다당제 상황과 맞지 않고 '식물국회'가 우려된다는 명분이었다. 국회의원 과반수인 최소 151석 이상으로 낮추자는 개정안을 발의되기도 했다. 이때는 한국당이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180석이 문제가 아니다

이제 어떤 법안이든 여당 단독으로 처리가 가능해졌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석(더불어시민당 포함)을 단독으로 확보했고 열린민주당까지 더할 경우 의석수는 183석으로 늘어난다. 나머지는 정당별로 △통합당+한국당 103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등이다.

선진화법이 마련됐지만 여야 협치라는 선순환은 사라졌다. '180석 이상 확보‧강행 혹은 180석 저지'가 목표가 된 주객전도의 상황이 벌어져왔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선진화법을 무력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다수 의석을 '절대 선'으로 여긴다면 진영대결의 얽힌 실타래는 풀리지 않는다.

선진화법을 만든 것이 오히려 여야의 합의 정신을 경시하는 태도를 유발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인데 선진화법만 어기지 않으면 혹은 유리하게 잘 이용하면 된다는 것은 타락한 진영의식의 발로라는 지적이다.

21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에 협치의 주춧돌이 절실하다. 동물, 식물국회를 모두 경험한 20대 국회가 마지막 본회의에서라도 필리버스터제를 없애는 등 전면 재개정 등으로 바꿔야한다.

박진 국회 미래연구원장은 "여야가 합의를 못하는 것은 정당 입장에서 정파나 지지층에 기대 버티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21대 국회에서는 어떤 본인의 정치목적이나 맹목적 당론 등 다른 요인들 때문에 의사결정을 바꾸거나 왜곡하지 않는 합리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역량 검증 뒷전, 후보자 신상털기 전락한 '국회 인사청문회법'


국회의원들이 싸우기 위해 정기적으로 모이는 '모임’이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다. ‘역량 검증’은 핑계다. 후보자의 미래 비전이나 전문성이 청문회를 지배한 역사가 없다.

싸움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본인과 배우자로는 부족하다. 세상을 떠난 부모나 자녀, 먼 친척까지 ‘털린다’. 일을 해야할 인물들은 사라지고 ‘무난한’ 이들이 요직을 차지한다는 쓴소리가 들린다.

20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인 ‘5월 국회’가 인사청문제도를 뜯어고쳐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한 21대 국회로 미룰 경우 ‘친여 인사’를 쓰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신상털기, 막말…국회 인사청문회 ‘현주소’

국회 인사청문회는 2000년 첫 시행됐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자의적 임명권을 견제하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동시에 후보의 전문성과 정책 역량을 검증하거나 국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통령 인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유능한 인물에게 국정 운영의 힘을 더해주는 기능이다.

현실은 다르다. 대체로 도덕성 검증에 치중돼 여야 정쟁으로 흐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대표적이다. 조 전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나 ‘정책 청문회’가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역량이나 미래 비전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일부 의원들은 조 전 장관에게 법무부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 물었으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정책과 비전이 사라진 공간은 자녀의 부정 입학 의혹과 부친이 설립한 웅동학원, 부인과 5촌 조카가 관계 있다는 사모펀드 등이 가득 메웠다.

‘막말’은 일상화된다. 2016년 8월 당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선 엉뚱하게 누리과정 예산 처리를 두고 여야가 언쟁을 벌이다 사달이 났다.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이 야당 의원들에게 “멍텅구리”, “사퇴하세요”라고 발언하자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닥치세요”라고 맞대응했다.

언론도 ‘정책 청문회’ 기사를 안 쓴다. 아무도 안 보기 때문이다. 독자 반응성을 확인해보면, 청문회 기간 후보자 개인이나 가족 신상 관련 기사와 정책 기사 간 차이는 확연하다.

◇‘대안’도 있다

인사청문제도를 바꾸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던 이유다. 손질에 더 적극적인 쪽은 야당으로 △인사청문회 대상 공직자 범위 확대 △국회의 자료제출요구권 강화 △후보자 허위진술 처벌 강화를 중점 요구했다. 반면 여당은 후보자 사생활 보호 등에 관심을 뒀다.

중요한 것은 역량 검증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다. 예비심사소위원회를 통해 후보자에 대한 비공개 사전검증을 진행하고, 해명되지 않는 부분이나 후보자의 역량과 비전을 국민 앞에서 집중 검증하는 ‘2단계 청문회’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후보자 개인은 물론 가족, 지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청문회 전반에 걸쳐 정책 검증에 집중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해외 사례도 있다. 미국은 백악관과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등이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 작업을 한다. △개인과 가족 △직업 및 교육 배경 △세금 △경범죄 위반 △전과 및 소송 분야 200여개 항목에 대해 들여다본다.

후보자로 공식 지명한 후에도 상원의회 상임위 차원에서 사전 조사를 한다. 답변 내용이 충분치 않으면 자체 조사를 벌인다. 이 과정에서 개인 비리나 도덕성 결함 등이 확인되면 후보자 스스로 사퇴하거나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한다.

◇5월 국회가 ‘인사청문제도 개편’를 바꿔야 하는 이유는

인사청문제도 개편을 ‘5월 국회’에서 마무리 짓는 것이 21대 국회의 순항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단독 과반에 성공한 민주당이 21대 국회 개혁과제로 인사청문제도 개편을 내세울 경우, ‘자기 편’을 심기 위한 정지 작업이란 야당 반발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종식되면 개각 가능성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얻은 180석을 앞세워 인사청문제도를 개편하면 그 자체로 정국이 경색될 우려가 있다. 20대 국회에서 여야 협상을 통해 바꾸는 게 낫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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