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최악 지났나…'코로나 직격탄' 호텔·정유도 흥행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 2020.04.19 08:30
(서울=뉴스1)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증권사에 대해 우량회사채를 담보로 한시적으로 대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은행 제공) 2020.4.9/뉴스1
회사채 시장이 최악의 시기를 지났다. 코로나19(COVID-19) 직격탄을 맞은 호텔, 정유 기업도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비교적 높은 금리와 정책금융의 지원이 뒷받침됐다. 그럼에도 아직 전반적인 시장 회복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4월 셋째 주 9개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다. 코로나19 우려가 정점이던 때보다 회사채 발행 도전에 나선 기업이 늘었다. 9개 기업이 총 1조5100억원 모집에 나섰는데, 한 곳만 빼고 모두 발행 예정 금액 이상의 수요를 확보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실적 악화 우려가 높은 기아차, 호텔신라, SK에너지 모두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한 점이 눈에 띈다. 그룹사에 대한 시장 신뢰가 도움이 되긴 했지만, 채권 시장의 위축된 분위기를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기아차는 발행 예정 금액의 2배 이상, SK에너지는 3배 이상 주문을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기아차는 회사채 발행 규모를 6000억원으로 늘렸다.

이 외에 현대오트론, 롯데칠성음료, 오리온, GS, 풍산도 모두 발행 예정 금액 이상 수요를 확보했다. A등급의 풍산도 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84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발행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지만 낮은 등급 회사채도 금리 등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투자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한화솔루션은 21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80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최대 60bp(100bp=1%포인트) 금리를 제시했는데도, 시장의 수요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최근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결과는 최대 70bp까지 제시하는 비교적 높은 금리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효과 등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산업은행의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한 기업들은 대체로 탄탄한 펀더멘탈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코로나19로 인해 극도로 위축된 채권 시장 투자 심리가 일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설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일에는 롯데쇼핑, 포스코에너지, CJ대한통운, 21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영원무역 등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장 분위기를 장담할 수 없지만 최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들이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아직 회사채 시장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가 활황 때보다 제한적인데다 일부 정책 금융 효과와 높은 금리에 기댄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채안펀드 등 효과로 최악의 시기는 지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여전히 낮은 등급 회사채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며 "글로벌 자산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현재진행형이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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