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의혹 中 기업, 루이싱커피와 알리바바의 차이점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 2020.04.18 06:20

[길게보고 크게놀기]중국의 분식회계 기업 잡아내는 미국 증시의 공매도 제도

편집자주 |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중국인은 매일 86mg의 카페인을 섭취한다. 최근 3년간 우리나라의 1인당 일일 평균 카페인 섭취량(65.7mg)보다 많은 양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중국인은 섭취 카페인의 95%를 커피가 아닌 차를 통해서 섭취한다는 것이다. 한때 중국판 스타벅스로 떠올랐던 중국의 커피프랜차이즈 루이싱커피(Luckin Coffee, 瑞幸)가 성공한 스타벅스가 될 수 없었던 이유다.

◇중국판 스타벅스의 추락
지난 4월 2일 루이싱커피가 공시를 통해서 2019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22억 위안(약 3800억원)의 매출액을 부풀렸다고 밝혔다. 해당 기간의 매출액 중 75% 이상이 허위로 부풀려진 매출액이었다.

전날 26.2달러에 달하던 주가는 발표 당일 76% 하락한 6.4달러로 거래를 마쳤고 현재는 4.39달러인 상태로 거래가 중지됐다. 지난해 5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루이싱커피의 시가총액은 한때 153억 달러에 달했으나 현재 10분의 1도 안 되는 11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사실 루이싱커피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난 1월 31일 미국에 상장된 중국주식을 공매도하는 것으로 유명한 머디워터스(Muddy waters)가 루이싱커피에 대한 공매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무려 1만1260시간에 달하는 점포 촬영 영상과 2만5000건에 달하는 영수증을 토대로 작성됐으며 루이싱커피의 3~4분기 매출액이 최소 60% 이상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보고서가 나온 후 루이싱커피 주가는 큰 폭 하락했다가 다소 반등하는 듯 했지만, 이번 공시로 인해서 주가는 완전 폭락해 회복불능 상태가 됐다.

재밌는 건 루이싱커피가 스타벅스를 뛰어넘어 중국 최대 커피프랜차이즈로 부상했다는 사실을 발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루이싱커피의 추락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루이싱커피의 추락은 우리나라에서도 매장 수 기준 1위를 차지했던 카페베네 사례와 비슷한 면이 있다. 바로 무분별한 확장이다. 게다가 루이싱커피는 분식회계라는 독이 든 사과도 먹었다.

◇샤오치엔(燒錢)과 바람구멍(風口)
루이싱커피의 추락을 이해하려면, 중국 인터넷업계의 두 가지 키워드를 이해해야 한다. 먼저 ‘샤오치엔’(燒錢)이다. 현금을 태운다(burn cash)는 의미의 샤오치엔은 스타트업 초기에 시장을 형성하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제품을 저렴하게 파는 것을 뜻한다.

샤오치엔(burn cash)은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쿠팡이다. 쿠팡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로켓배송 배송비를 싸게 유지하는 등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쿠팡의 영업손실 규모는 각각 1조1279억원과 7205억원에 달했다.

두 번째는 ‘바람구멍’(風口)이다. 급격히 커지는 업종이나 기회를 뜻하는데, 여기에서 스타가 되는 스타트업이 나온다. 지난해 1조 위안(약 170조원)을 기록하며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중국 벤처 캐피탈 업계가 스타로 떠오를 수 있는 스타트업을 애타게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루이싱커피가 마치 혜성처럼 나타나서 스타벅스를 뛰어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제시했고 막대한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루이싱커피는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기술을 핵심으로 한 파괴적인 신유통 모델’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샤오치엔 모델이다. 빠르게 점포를 확장하는 것도 소비자에게 싼 가격에 커피를 판매하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브랜드 육성을 통해 소비자들의 브랜드 로열티를 획득해야 한다. 루이싱커피는 그걸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머디워터스가 4번 공매도 보고서를 발표한 하오웨이라이
루이싱커피 말고 미국 증시에 상장된 다른 중국기업들도 분식회계를 하고 있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마침 중국 온라인 교육업체인 하오웨이라이(好未來, TAL Education Group)가 공매도 공격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하오웨이라이도 내부 회계감사에서 직원이 온라인 교육상품인 ‘라이트 클래스’ 매출액을 부풀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공시했다. 라이트 클래스의 매출은 하오웨이라이 매출액의 3~4%에 불과하지만, 이 영향으로 하오웨이라이 주가는 한때 8% 하락했다. 지난 15일 기준 하오웨이라이 주가는 공시 전 대비 약 6% 하락한 52.19달러를 기록하고 있는데, 역대 최고가 대비 약 12% 하락한 수준이다.

사실 하오웨이라이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공매도 세력의 공격을 받아왔다. 2018년 6월부터 머디워터스가 4번이나 하오웨이라이에 대한 공매도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하오웨이라이 주가는 계속 상승해왔다.

하오웨이라이 뿐 아니라 알리바바도 사기행각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줄기차게 받아왔다. 지난 2018년 미국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차이나 허슬’(China Hustle)은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사기 행각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알리바바도 믿을 수 없는 기업이라는 뉘앙스를 노골적으로 풍긴다. 하지만 일부 중국 기업이 분식회계를 하는 건 사실이지만, 모든 중국기업이 분식회계를 하는 건 아니다.

알리바바는 지금도 시가총액이 5500억달러가 넘는 초대형 기업이다. 중국인 모두가 커피를 즐기는 건 아니기 때문에 루이싱커피는 중국의 스타벅스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쇼핑은 중국인 모두가 애용하기 때문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했다. 루이싱커피와 알리바바의 운명 역시 여기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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